러시아의 관영 ORT방송은 “김 위원장이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철도의 연결 사업을 검토하기 위해 직접 열차를 타보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방송은 “김 위원장이 비행기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보도했으나 김 위원장이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주장 또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두만강 철교를 건너 러시아쪽 하산역에 도착한 특별열차에서 내린 김 위원장은 플랫폼에서 러시아의 전통적인 손님맞이 방식에 따라 민속의상을 입은 여성으로부터 빵과 소금을 대접받은 후 장미꽃 다발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라리자 데네스코라는 이 여성으로부터 사진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기도 했는데 이 사진은 데네스코가 13년전 하산을 방문한 김일성 주석에게 꽃다발을 바치는 장면.
김 위원장은 러시아 고위관리들과 함께 역사 안에서 40분간 머문 후 열차에 올라 자신이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하바로프스크로 향했다.
○…김 위원장이 이용하는 특별열차는 17개의 객차가 연결된 방탄열차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철도는 표준궤(1435㎜)로 광궤(1520㎜)인 러시아 철도와는 달라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하산역에 머무르면서 조정작업을 했다.
러시아측 관계자는 “열차는 북한측이 직접 운행하며 안전을 고려해 열차 이동 상황은 비밀”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 대표부의 이고리 콜로메이체프 대변인은 “특별열차가 도중에 김 위원장의 즉흥적인 지시로 여기저기에 멈추게 될 것”이라며 이번 여행이 매우 가변적일 것임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하산에서 모스크바에 이르는 9400㎞를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이용해 열흘간 이동하면서 몇몇 도시를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26일 밤 한때 자신과 부친이 거주했던 하바로프스크에 열차를 세웠다. 아무르 강변의 러-중 국경도시인 하바로프스크는 극동지구 대통령 대표부가 있는 행정중심도시이며 북한의 임산대표부가 있다.
하바로프스크 근교에는 1940년대 ‘김일성부대’로 불렸던 88특별저격여단의 주둔지가 있다. 김일성은 88여단의 제1교도영장(대대장)으로 300여명의 항일유격대를 지휘했으며 김 위원장도 이 부대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언론은 김 위원장이 탱크제조공장 견학차 시베리아의 옴스크와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는 연형묵(延亨默) 국방위원회위원 겸 자강도 당위원회 책임비서 등 150여명이 수행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그러나 북한측과 러시아측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일정과 마찬가지로 수행원에 대해서도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연 위원이 수행한 사실도 러시아 현지 TV방송의 하산역 환영행사 보도에 의해 확인됐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