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일 국회 정보위를 소집하자고 민주당에 요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정원측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기 위해 우선 국회 정보위원들의 비공식 간담회를 갖자는 태도여서 소집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긴급 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이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및 답방을 계기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진 남북평화선언 구상과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윤성(李允盛) 의원은 “당초 김 위원장이 5월에 답방키로 함에 따라 남북평화선언을 채택하기 위한 실무작업이 두 차례 진행됐는데 이 사실이 미국 쪽에 유출됐다”며 “미국 정부가 북한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제동을 거는 바람에 모든 것이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정보유출사건은 단순히 외국 기관원 접촉규정을 위반한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다”며 “상당한 수준의 정보가 유출됐고, 금전이 오갔다는 의심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우리의 대북관련 정보가 몽땅 넘어갔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선회한 게 아니냐”며 “지금까지 기강 문제 때문에 국정원 간부가 신분까지 박탈당한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강창성(姜昌成) 의원은 “로버트 김 사건의 경우 사안이 경미한데도 9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며 “국정원 간부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정보기관원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 위원장이 가는 곳마다 군수공장인데(있는 곳인데)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잠수함과 미사일 등 군사기술을 얻으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강산관광사업 등으로 북한에 흘러들어간 자금의 일부가 그런 용도로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