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또 "지금은 사회의 갈등과 대립 분열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등 상당한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하고 "파괴된 공론의 장을 복구하는데 당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국민통합에 대한 당의 정치적 입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정국의 전반적인 문제점에 대한 대응은 다음에 기자회견 등을 통해서 밝히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당 일각에서는 이미 이 총재에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8·15 경축사 발표' 직후나 이 총재의 취임 3주년(31일)을 전후해 국민대통합 선언으로 국면전환을 꾀해야 한다는 건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대통합 선언에는 △현정권의 연착륙 협조 △정치보복 종식 △인사탕평책 실시 △계층간 통합 등이 포함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의 국민대통합 관련 발언 | |
8월3일당무보고 | 국민우선 정치의 연장선상에서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는 국민통합의 정치를 강화해야 한다 |
7월27일 광주시국강연회 |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진정한 화합과 상생으로 나아가는 일이라면 과거에 집착하려는 어떠한 유혹도 물리칠 것이다. 비열한 정치보복 만큼은 이 땅에서 사라지도록 할 것이다 |
7월6일 자택기자간담회 | 집권당의 리더십이 모든 분야와 계층에서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고 있다. 국민이 이제 넌더리가 나 통합의 리더십을 희구하게 될 것이다 |
6월19일 천태종상월원각대조사 열반대재 | 지도자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이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통합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리더십이다 |
이 총재의 민생 복귀 지시 또한 국민대통합 구상의 일환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이 총재가 경제 난맥상의 예를 들면서 수출부진 물가상승과 함께 빈부격차의 심화를 꼽은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최근 정부 정책에 대한 당의 비판이 이념논란으로 흐른데 대해 이 총재는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가 1월 이후 중단돼 있는 여야 영수회담을 전격 제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측근은 "지금 영수회담 얘기를 꺼낼 때는 아니지만, 민생 협조에서 한 발만 더 나아가면 영수회담 아니냐"고 말했다.
물론 이 총재는 타협할 것은 타협하더라도 싸울 것은 싸우겠다 고 밝히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 언론자유와 관련해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
결국 이 총재의 국민대통합 구상도 언론사에 대한 검찰 수사와 대북관계 진전 및 여권의 태도변화 등 정국 추이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