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8월 4, 5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구소련 붕괴 이후 한동안 불편했던 북-러관계를 복원한 데 이어, 9월 3∼5일 방북하는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북-중간의 공고한 관계를 더욱 다진다.
반면 한미 관계는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문제로 갈등을 안고 있고, 한일관계는 역사교과서 왜곡 및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 등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북한을 중심으로 할 때 이 같은 동북아 기류 변화는 냉전시대의 ‘북방 3각(북-중-러) 관계’로의 부활 조짐마저 나타내고 있다. 이에 반해 ‘남방 3각(한-미-일)’은 과거와 같은 밀월관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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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구도는 냉전기의 양대 축간의 대립구도와는 질적으로 다르지만 북방 진영의 결속력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김 위원장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통일연구원 허문영(許文寧) 연구위원은 “과거 북-중-러 관계는 이념에 기초한 반미(反美) 군사동맹 관계였지만 지금은 상호의존적 협력관계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특히 부시 미 행정부의 미사일방어(MD)체제에 대해 전술적으로 공동대응하는 성격이 짙다”며 “그러나 현 국제관계가 이념보다는 경제적 실리와 국가이익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신(新) 북방 3각 관계의 내재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미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고, 러시아도 경제회복을 위해 미국의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북한 역시 자신들의 체제유지를 위한 경제적 지원은 미국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 만큼 신 북방 3각관계는 외교 안보에 국한되며, 경제적 이해관계는 서로가 다르다는 것.
따라서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북-중-러 협력관계 구축도 한반도 안보에 대한 위협요소로 작용하기보다는 상호 경제협력을 통해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유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대북정책의 속도를 둘러싼 한미 갈등과 교과서 왜곡문제 등으로 인한 한일 균열이 한-미-일 공조를 흐트러뜨리고 있다는 데 있다. 남방 3각의 분열은 결국 대북정책의 추동력을 약화시키면서 남북 및 북-미관계의 진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