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든 국가기관은 법무부를 통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소송에 대한 방어를 할 수 있다. 법무부는 법률적 판단과 해석에 관한 전문가들로 이뤄져 있고 소송의 경험이 많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대응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신중할 수 있다.
만일 모든 국가기관이나 자치단체가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소송이 남발되고 예산이 낭비될 수도 있다. 또 대부분의 경우 국가기관은 일반 개인이나 기업 등에 비해 우월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소송을 당하는 개인이나 기업은 더 위축될 수도 있다.
국정홍보처의 당사자 적격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논란이 되는 것이다. 국정홍보처가 직접 소송의 주체가 되어 언론사나 기자를 상대로 마음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언론 보도는 심각하게 위축될 수도 있다.
국정홍보처의 언론사 상대 소송제기 사례
소송 종류
청구일
언론사
해당 기사
청구이유
중재성립 여부
반론 보도
심판 청구
7월31일
동아
일보
7월4일자 A4면 ‘1974년 동아광고사태-2001년 언론세무조사 비교’ 등 2건
성격이 다른 두 사안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 독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언론중재위의 직권 중재결정에 대해 국정홍보처가 이의신청
반론 보도
심판 청구
8월16일
동아
일보
①7월4일자 A4면 ‘국정홍보처장, 툭하면 성명’ 등 2건
②7월5일자 A4면 ‘닫힌 국무회의’
①국정홍보처의 세무조사에 대한 성명이 정부의 언론탄압을 미화하는 궤변이라고 주장한 것은 부당하다
②국무회의가 변질된다는 취지의 보도로 정부가 피해 보았다
①, ② 모두 중재 불성립.
반론 보도
심판 청구
8월27일
조선
일보
7월13일자 4면 ‘국정홍보처, 비판기사에 무리한 반론요구’
해석이나 논조를 문제삼은 것 아니다
중재 불성립
국정홍보처가 내세우는 소송제기의 근거는 정기간행물 등록법 제16조 7항. 95년 12월 법 개정 때 신설된 이 조항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관 또는 단체의 장은 그 업무에 대해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에 대해서는 해석상 논란이 있다. 일부 판사들은 이 규정의 의미를 국가기관 등이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 중재신청을 하는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정기간행물 등록법의 규정은 언론중재위의 반론보도 중재신청에 한정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언론보도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국가기관의 당사자 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소송체계에 대한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자유와 평등권에 대한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