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홍순영통일 기용에 담긴 뜻]

  • 입력 2001년 9월 7일 18시 38분


홍순영(洪淳瑛) 통일외교안보팀의 구성은 햇볕정책을 연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홍 장관이 현정부 출범 초기 외교통상부장관을 맡아 대북 화해 협력 정책을 국제사회에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역할을 해 왔고 북한이 러시아 및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 국가의 대사를 지낸 강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

또 그의 통일부장관 기용은 15일 열리는 제5차 남북장관급회담의 수석대표로 즉각 가동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는 분석이다. 당장 북측과 마주앉아 정체 상태의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홍 장관의 대북정책에 대한 이해도와 정통 외교관료로서의 협상경험이 고려됐다는 것.

하지만 8·15 평양행사 파문 등으로 보혁 내지 남남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고, 현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야당의 비판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어서 앞으로 대북 화해협력 정책에 대한 추진 기반을 어떻게 확보해 나가느냐가 그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홍 장관이 임동원(林東源) 전 통일부장관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도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임 전 장관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남북문제를 다루는 자리를 맡게 되고 홍 장관의 입지가 축소될 경우 야당 등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장관의 북측 카운터파트가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임 전 장관이 물러남에 따라 상대역이었던 김용순(金容淳) 노동당비서보다는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이었던 전금진(全今振) 내각 책임참사나 5차 회담 제의를 해온 임동옥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친화력이 있다는 평인 만큼 홍 장관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수장으로서 다른 멤버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외교부 직원들은 그가 외교부 업무에 정통한 데다 한승수(韓昇洙) 외교부장관이 11일 유엔총회 의장에 취임해 연말까지 사실상 ‘유고 상태’라는 점에서 다소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영식·부형권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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