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움직임은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이후 급속히 ‘반여(反與), 친(親) 한나라당’으로 기우는 듯하던 당내 분위기에 대해 ‘속도조절’의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는 최근 사석에서 “한나라당에도 민주당에도 너무 기대지 않고, 우리가 해야 할 일만 똑바로 하다 보면 내년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 측근이 9일 전했다. 다른 측근도 “공조가 파기됐다고 해서 한나라당과 손잡고 당장 뭘 해보겠다고 한다면 국민은 우리를 가리켜 ‘단물만 쫓아다니는 양다리 정당’이라고 비난할 것”이라면서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 문제도 성급히 한나라당과 논의하지 말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한 재선의원도 “당초 임 장관 사퇴까지가 목표였음에도 공조 붕괴와 교섭단체 와해, 당총재 피탈(被奪)에까지 치닫게 된 데는 내부의 전략부재도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7일 당무회의에서 제기됐던 이한동(李漢東)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 주장이 당 지도부에 의해 사실상 거부된 것도 ‘발목 잡는 야당’과는 다른 ‘경륜 있는 정당’의 이미지를 확립하겠다는 JP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당직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중도노선 모색은 역으로 JP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비롯한 여야 지도자들과 폭넓고 자유롭게 접촉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