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일부 예비주자는 지구당별로 자파 대의원들을 심어놓고 지구당위원장의 동향까지 보고 받는 등 암투(暗鬪)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삭막한 지구당〓영남지역의 A위원장은 얼마 전 일부 대의원들을 제명처분했다. 평상시에도 자신에 대해 불온한 움직임을 보여온 한 대의원이 지구당 회의에서 있었던 자신의 발언내용을 특정 예비주자에게 보고했기 때문. 이 대의원은 지난해 8월 최고위원 경선 때도 지구당 당직자들간의 합의를 깨고 다른 후보를 지지, A위원장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 대의원은 또 얼마 전 중앙당 당무감사 때에는 감사팀을 만나 “A위원장이 독선적으로 지구당을 운영하고 있다” “지구당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 개인사업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등의 음해성 발언을 해 A위원장은 결국 당무감사에서 ‘D’라는 치명적인 평가를 받았다.
B위원장은 지구당 회의에서 특정 예비주자에 대해 좋지 않은 얘기를 했다가 섬뜩한 경우를 당했다. 그 예비주자와 가까운 다른 위원장을 통해 “당신이 누구에게 줄을 섰다는 데 줄을 잘못 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간접적으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B위원장은 이 때문에 요즘 지구당 회의에서 예비주자들에 대한 언급은 아예 피하고 있다.
한 원외위원장은 “지금은 적과 동지의 구분이 어렵다”며 “무서운 세상”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예비후보와 대의원간의 점조직이 워낙 은밀히 이뤄지고 있어 대부분 원외위원장들은 어느 대의원이 자신의 동향을 특정후보 진영에 보고하는지조차 모르고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금품 향응 공세▼
▽금품 향응 공세〓10·25 재·보선 이후엔 일부 예비주자의 측근들이 노골적으로 “지구당 핵심당원들을 모아달라”고 연락하는 경우가 더욱 잦아졌다. 예비주자 진영의 집중공략 대상자는 지구당 내 여론 전파력이 큰 조직부장과 여성부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C위원장은 최근 인근의 다른 위원장으로부터 “모 예비주자가 지역을 방문하는데 위원장들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듣고 모임에 참석했다가 예비주자측으로부터 봉투를 하나 받았다. 봉투 속에는 50만원이 들어있었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예비주자들의 각종 모임에 참석할 경우 예비주자측에서는 의례 식사비 명목으로 봉투를 전달하는 데 그 액수는 대략 50만∼100만원선이라는 게 한 위원장의 전언이다.
이 같은 경우는 비공식적인 행사인 경우고 예비주자들의 후원회, 출판기념회, 출정식 등과 관련해서는 당원 동원비 명목을 더 큰 단위의 금품이 오가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당 정치개혁특위가 경선과정에서의 금품수수를 법으로 근절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내 선거라 하더라도 그 관리를 중앙선관위가 맡고 부정선거행위에 대해서도 공직선거에 준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현역의원에 구애▼
▽현역의원에 대한 공세〓주로 “우리 캠프에 들어와 나를 도와달라”는 예비주자들의 부탁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이번 재보선 이후 이 같은 요구가 쇄도해 난감해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서울지역의 한 의원은 “금주부터 예비주자들과의 개인적인 약속이 줄줄이 잡혀있다”며 “초 재선 의원 일부를 제외한 의원들 대다수가 이미 줄서기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상대 캠프에 속해 있는 ‘의원 빼가기’ 작업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특정 예비주자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 의원은 “내가 누구와 가깝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다른 예비주자 측에서 자기 계보 모임의 이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해와 완곡히 거절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이 때문에 ‘겹치기 가입’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7일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 지지모임에 참석했던 의원 27명 중 16명이, 또 같은 달 28일 열렸던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의 한미정책협의회 준비모임에 참석했던 의원 20명 중 10명이 중도개혁포럼에도 가입했다. 두 최고위원의 모임에 모두 참석한 의원도 2명이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