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추가 탈당이 있을 것이라거나, 민주당의 경선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등의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이회창(李會昌) 총재 대(對) 민주당 후보’라는 양대 구도가 재편과정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제3후보론’의 허실〓이남영(李南永) 숙명여대 교수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아닌 제3세력의 지지층을 약 250만표로 추산했다. 양당 구도에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인지 불분명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유효투표의 10% 정도로 본다는 얘기였다.
이 교수는 “만약 이들 제3세력의 지지가 박 의원에게 집중될 경우 나름대로의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와 다른 견해도 많다. 92년 대선의 제3후보였던 정주영(鄭周永) 박찬종(朴燦鍾) 후보나 97년 선거 때의 이인제(李仁濟) 후보는 비교적 분명한 지지계층과 지역기반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박 의원은 지역기반인 영남권의 반응이 아직 뜨겁지 않다는 것이다.
지지계층과 직결되는 정체성 또한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 외엔 선명한 그 무엇이 없어 실제 파괴력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견해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부총재는 “무엇보다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영남권의 거센 민심에 가려서 박 의원의 탈당 여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회창-이인제 대세론의 향배〓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에서 ‘대세론’을 펴온 이회창 총재와 이인제 상임고문측은 박 의원의 탈당으로 기존 구도에 변화의 움직임이 엿보이자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 총재측은 박 의원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면서 ‘박 의원 달래기’를 계속하고 있으나 영남 민심이 박 의원 동정론 쪽으로 흐를지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 대선도 97년 선거 때처럼 박빙의 승부가 될 경우 ‘제3후보’의 득표력이 그렇게 파괴적이지 않더라도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고문측도 박 의원의 젊은 이미지가 이 총재보다는 이 고문의 지지표를 줄일 수 있다는 여론조사 분석 결과를 의식, “대선 가도에 새로운 악재가 등장했다”며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꿈틀대는 신당 세력〓반면 양당 구도에 눌려 있거나 비켜서 있던 군소 세력들은 박 의원의 탈당을 물실호기로 반기는 표정이다. 자민련과 민국당은 물론이고,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일부 측근들도 “여론 추이를 관심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특정 대선 예비주자가 조만간 대선 후보 경선을 접고 신당 추진에 앞장설 것”이라는 등의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당 창당 시기에 따라 민주당 경선 전, 6월13일 지방선거 전후 창당 등의 세 가지설이 구체적으로 나돌기도 한다.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도 지난달 28일 TV토론에서 “박 의원의 탈당은 정치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환을 예고하는 것이므로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여론조사기관인 R&R의 노규형(盧圭亨) 대표는 “어떤 신당이든 이 총재의 ‘정권교체’와 민주당 후보의 ‘세대교체’ 주장을 아우를 수 있다면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비주류 거취〓박 의원 탈당 후 “나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던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1일에도 “가까운 시일 내에 거취를 밝히겠다”며 이 총재를 압박했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어차피 경선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 많은 의견을 듣고 있고 3월 중순경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과 가까운 이성헌(李性憲) 의원도 “정치개혁 문제를 뜻 맞는 의원들과 함께 계속 이슈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탈당이 능사가 아니다”며 당내 투쟁에 무게를 두었다. 김원웅(金元雄) 의원도 이 의원과 비슷한 태도.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는 “정치에 타협이 있어야 하는데 ‘모 아니면 도’라는 방식은 문제”라고 이들과 거리를 두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