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단순히 두 후보의 당내 기반이나 본선 경쟁력과 같은 현실적인 세나 가능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두 후보의 노선이나 정체성 등 보다 본질적인 문제와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향후 거친 파열음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17일 민주당의 본거지인 광주 선거인단의 ‘예상 밖 선택’은 대안론의 실체를 확인시키면서 당내 경선의 흐름뿐만 아니라 민심의 판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세론과 대안론의 저변에 흐르는 민주당의 여러 갈래 기류를 점검해 본다.
▽‘충청+호남연대론’과 ‘동서연대론’〓이인제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지역(이 후보〓충청, 노 후보〓영남), 색깔(이 후보〓중도, 노 후보〓개혁), 학력(이 후보〓서울대 법대 졸, 노 후보〓부산상고 졸)뿐만 아니라 스타일에 있어서도 ‘공약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같은 두 사람의 차이는 필연적으로 누가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대선전략을 180도 바꿔놓을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충청+호남 연대론’에 기반하면서 ‘중도개혁론’으로 노 후보의 선명성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문제는 2000년 4월 16대 총선 당시 기준으로 두 지역의 유권자수는 충청 336만명, 호남 388만명으로 도합 724만명이다. 반면 영남의 유권자수는 이보다 213만명이 많은 937만명에 이른다. 더구나 민주당 관계자들 중에는 이 후보의 충청지역 장악력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같은 ‘태생적 취약성’ 때문에 이 후보는 본선 경쟁력에서 끊임없이 노 후보를 앞서고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이 후보는 경선 전까지는 그것을 보여주었고, 그것이 ‘대세론’의 실체였다. 하지만 이 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심어주진 못했고, 그것이 경선에서 한계로 작용했다.
노 후보의 ‘대안론’은 다분히 ‘파괴적’이다. 1971년 대선 이후 30여년간 고착화된 동서대결구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 당내 주자들의 본선경쟁력에 대한 불안감에 떨어온 민주당 선거인단을 파고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주에서 만난 한 대의원은 “노무현이 본선에서 꼭 이긴다고 확신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체 선거판을 뒤집어놓을 수 있다”고 노 후보 지지이유를 밝혔다.
▽‘정체성’논란과 ‘계층론’〓노 후보의 최대 취약점은 ‘색깔론’이다. 멀리 본선까지 갈 필요도 없다. 이인제 후보는 17일 대전 경선에서부터 노 후보의 정책을 ‘파괴적 개혁’이라고 지칭, 급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 이 후보의 한 측근은 18일 “노무현 후보가 우리 당 본선후보가 되면 보-혁구도가 된다”며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음(破音)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대선에서 중산층의 지지 없이 당선된 후보가 없었다는 점이다. 개혁적 성향으로 유일하게 당선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97년 대선에서 중산층을 파고들기 위해 꽤 적극적으로 보수성향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도 노 후보가 적극적인 이미지 변신을 꾀하지 않을 경우 ‘계층대결’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당내 중진 보수층을 중심으로 상존하고 있다. 오히려 노 후보의 서민적 이미지와 이회창 총재의 귀족적 이미지가 각을 이룰 경우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반론도 물론 있다.
▽본선경쟁력은?〓두 후보의 각축은 대선구도를 지배하는 ‘지역주의’와 ‘계층론’이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선택의 기준은 본선경쟁력이다. 그리고 심판관은 7만여명의 민주당 선거인단이다.
두 사람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안정감은 있으나 동서대결구도로 선거를 치를 경우 승산이 높지 않다” “표의 유동성이 적다”는 지적이 따른다.
반면 노 후보에 대해서는 “이기면 만방이고, 져도 만방으로 진다” “표의 팽창력은 큰데 불안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인제의 ‘안정감’이냐, 노무현의 ‘폭발력’이냐의 선택은 민주당 선거인단, 그리고 여론의 흐름에 달려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