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은 행정부로부터 원하는 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정부 관계공무원들에게 압력과 함께 회유를 하고 있고 해당기관에서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민감한 사안에 대한 자료제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위의 한나라당 김재천(金在千)의원은 국세청에 대해 공기업 세무조사내용과 외화유출관련 세무조사 내용을 요구했으나 국세청측은 “개별 납세자들의 정보라 절대로 줄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교도소 내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 국민회의 조순형(趙舜衡)의원은 법무부를 상대로 교도소 내에서 사망한 재소자의 병사진료카드 등을 요구했으나 법무부측은 “자료량이 방대하니 양해해 달라”며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의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의원은 정보통신부에 대해 감청 집행대장과 법원의 감청허가서 사본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자료를 받지 못했다.
행정부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 못지않게 의원들의 과다 중복자료 요청 등에 대한 해당부처 공무원들의 불평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이번 국감에서 한 의원이 요청한 자료건수는 적게는 3백여건, 많게는 1천5백여건에 이르고 있다.
한나라당 이상희(李祥羲)의원이 최근 전체 국감대상기관 중 1백10개기관 공무원 5백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정감사방법론의 구조조정’에 관한 설문을 보면 공무원들의 불만이 여실히 드러난다.
공무원들의 26.8%가 국정감사에 대한 불만요인으로 ‘중복자료 요청’을 들었고 21.7%는 ‘지나치게 많은 자료요청’을 들었다. 또 의원들에 대한 전문성 평가에서는 38.6%가 ‘전문성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61.4%가 ‘전문성이 없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국감준비 소요기간은 평균 31.9일이었으며 한 부서의 평균 국감준비 인원 비율은 6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부처들은 수천만원이나 되는 복사비 등 자료준비 예산을 다른 예산항목에서 전용해 끌어쓰고 있다는 게 공무원들의 하소연이었다.
이런 자료제출 및 준비를 둘러싼 갈등과 함께 야당의원이 공개한 국감자료 내용에 대해 해당기관이 ‘잘못된 해석’이라고 즉각 반박하는 등 행정부와 야당간 팽팽한 ‘국감 전선(戰線)’도 형성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산자부 산하기관 공기업들의 인건비예산을 분석한 결과 구조조정 후 오히려 인건비가 증가했다”는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의원의 주장에 대해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산자부는 “맹의원이 비교한 97년 자료는 예산집행내용이고 98년 자료는 예산계획서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실적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고 자료분석상의 오류를 지적했다.
여당으로 변신한 뒤 첫 국정감사를 맞는 국민회의측의 소속의원 ‘길들이기’도 한창이다.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은 19일 “자칫 국정감사장에 야당의원만 남게 될 것 같다”며 야당체질에 젖어 있는 소속의원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정감사를 정쟁의 장(場)으로 만들려는 야당의 기도를 차단해야 한다”고 여당으로서의 첫 국정감사에 따른 의원들의 태도전환을 당부했다.
〈윤영찬·김정훈기자〉yyc11@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