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이래서야]피감기관 직원들 『의원 입을 막아라』

  • 입력 1998년 10월 29일 19시 04분


국정감사가 중반전에 돌입하면서 피감기관들의 로비전도 가열되고 있다.

가장 일반적 로비행태는 의원 질의내용을 사전입수, 문제될 만한 질의를 파악한 뒤 의원에게 직접 호소하거나 의원의 지인(知人)들을 동원하는 것. 일부 기관들은 또 ‘문제자료’의 제출을 거부하며 “봐달라”고 읍소하거나 ‘부드러운 국감’을 위해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 갖가지 로비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27일 자민련 이동복(李東馥)의원의 인도네시아제 중형수송기 도입문제에 대한 질의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국방부는 이의원의 질의를 사전에 감지, 며칠전 관계자를 의원회관에 보내 이의원에게 대면보고까지 하며 질의에서 빼줄 것을 요청했다는 후문.

그러나 이의원이 국감장에서 질의를 강행하자 이번에는 관련 국장들이 임시기자실로 찾아가 “이의원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며 기사화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했다.

국세청은 국감을 앞두고 재경위소속 의원 개인별로 로비팀을 구성, 각개 격파에 나서기도 했다. C의원은 “재경위 소속으로 정해지자마자 동창 세무관료와 지역구 세무서장들이 줄줄이 찾아와 잘 봐달라고 인사하는 바람에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보건복지위 김홍신(金洪信·한나라당)의원은 모어린이재단의 회장을 국감증인으로 신청하는 과정에서 홍역을 치렀다. 재단측에서 김의원을 잘아는 고교동창과 사회인사 국회의원 등 6, 7명을 동원해 증인신청을 하지 말아줄 것을 끈질기게 요구했기 때문.

금융감독위는 L의원이 조건부 승인된 7개 은행의 경영개혁 추진상황에 대한 평가자료 제출을 집요하게 요구하자 “평가서가 공개되면 이헌재(李憲宰)위원장의 목이 달아난다”고 애원하며 끝내 자료를 내주지 않았다.

영화진흥공사는 28일 문화관광위 국감에서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 의원들의 환심과 이해를 사기 위해 공을 들였다.

공사측은 국감을 위해 별도의 ‘국감세트장’을 설치, 오전에는 의원들 앞에서 미니어처를 이용한 잠수함 촬영장면과 녹음실의 효과음작업을 직접 재현하기도 했다.

〈문 철·송인수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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