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국방예산 수년간 5,329억 낭비

  • 입력 1998년 11월 10일 19시 15분


군 관계자들의 무지와 업무태만에다 국내외 군수업체의 농간으로 막대한 혈세(血稅)가 낭비되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수년 동안 K1전차, UH69헬기, 저고도탐지레이더 등 14개 분야의 무기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원가보다 4백39억원이나 많은 돈을 지불했다.

이와 별도로 K1전차와 관련해서는 부품 구입비용 73억5천만원을 포함해 시험장비 자주포 화약류 등을 2백74억7천만원이나 비싼 값에 매입했다.

K200장갑차 UH600헬기 등 군수품 5백93건을 조달하는 과정에서는 원가계산을 잘못해 8백73억5천만원을 더 냈다.

이같은 난맥상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에 의해 지적된 내용들이다.

이에 대해 천용택(千容宅)국방장관은 “경험 미숙과 노하우 부족, 실무자의 업무태만 때문”이라며 예산집행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국방부 감독요원이 자주 바뀌어 생산현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방산업체가 근무 인원을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가공의 자산을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원가를 과다계상했지만 국방부가 전혀 몰랐던 사실도 지적됐다.

90년에는 UH헬기를 이집트보다 50% 비싸게 사고 대잠초계기 P3C의 커미션을 과다지불했다가 뒤늦게 소송을 걸었으나 모두 패소해 5백85억원의 손해를 입는 등 해외무기시장에 어두워 피해를 보는 일도 잦았다.

군 관계자들의 전문성 부족도 혈세를 낭비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지난해말 환율이 급등할 때 무기구매 계약을 하는 바람에 2천4백억원의 환차손을 보았다.

이와 함께 해군기지 건설공사 때는 지형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철저히 하지 않아 여러차례 설계를 변경하면서 공사기간이 늘어나 90년 이후 7백57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했다. 산하기관에서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선심성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방연구원의 경우 예산청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비상근 고문이나 자문위원 5명에게 2백만원 이상의 월급여는 물론 대형승용차 사무실 비서까지 내줬다.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 간부는 감식재료를 구매한 것처럼 세금계산서 견적서 등을 가짜로 만들어 2천여만원을 빼돌렸고 수사활동비와 업무추진비 중 1천여만원을 부부동반 여행경비로 썼다가 적발됐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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