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초점/정무위]재벌경영인 12명, 불공정 추궁에 "적법"

  • 입력 2000년 11월 1일 19시 12분


재벌2세의 변칙상속 등 기업의 불공정행위 논란과 관련, 1일 국회 정무위의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기업 경영인 12명은 여야 의원들의 거듭되는 추궁에 나름의 논리를 내세워 기업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관점이 다를 수 있다”며 적극 반박했지만 대부분 적법성과 이윤 논리를 들어 방어에만 급급하는 모습이었다.

▽삼성 이재용(李在鎔)씨의 변칙상속 의혹〓의원들은 에버랜드와 서울통신기술이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이 장남 재용씨에게 삼성의 경영권을 세습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재용씨가 최대주주가 된 뒤 이들 회사가 급성장한 것은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원 등에 의한 ‘불법 2세승계 작전’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허태학(許泰鶴)에버랜드사장과 장효림(張孝林)서울통신기술사장은 “이재용씨가 지분상으로 최대주주지만 경영권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경영권 세습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허사장은 “재용씨의 주식은 아직 이익실현이 안된 것인데 많다 적다 얘기할 수 없으며 전환사채 발행은 적법한 절차로 이뤄진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와 관련, 이남기(李南基)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14일까지 (삼성그룹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해) 1차조사를 마치고 추가 보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달 말에는 자세한 보고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문제〓의원들은 조정남(趙政男)SK텔레콤사장을 상대로 ‘시장점유율을 내년 6월까지 50%로 낮추라’는 공정거래위의 시정조치 이행 의지를 캐물었다.

특히 “SK텔레콤이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한 데 이어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은 IMT―2000(차세대이동통신) 상용화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조사장은 “2조8000억원을 들여 신세기통신의 시장점유율 14%를 확보했는데 절반인 7%를 내주라는 공정위의 처분으로 인해 잘못된 장사가 됐다”며 공정위의 시정조치에 은근히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단말기 보조금이 폐지되면서 시장점유율을 50%로 낮추기 위한 이행수단이 없어져 현재로선 어렵지만 점유율을 맞추는 데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사장은 행정소송 여부를 묻는 박주선(朴柱宣·민주당)의원의 질문에 “행정소송을 하면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느냐”고 반문했다가 의원들의 질책을 받았다.

▽정유사 가격담합 문제〓의원들은 정유5사가 군납유류 입찰 담합행위로 공정위로 19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은 “기업의 부도덕성과 기업윤리 부재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질타했다. 이부영(李富榮·한나라당)의원은 “이같은 담합행위로 인해 결과적으로 ‘맹물 먹은 전투기 추락사건’이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한경(金翰經)SK㈜사장과 유호기(柳浩基)S―oil사장은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김사장은 SK㈜가 공정위 조사에 비협조한 이유로 과징금이 증액된 데 대해 “행위로부터 얻은 이익에 비해 과징금이 과다했다”며 불만을 드러낸 뒤 “군납시장은 특성상 이익이 나는 시장이 아니어서 부당이득을 본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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