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외통위]"달라이라마 파문은 저자세 외교 탓"

  • 입력 2000년 11월 3일 19시 03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는 3일 열린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감에서 △달라이라마 연내 방한 불허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협상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한미 미사일회담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민주당 김성호(金成鎬)의원은 “외교부가 중국 눈치를 보면서 티베트 망명정부의 불교지도자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거부한 것에 대해 국민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정빈(李廷彬)장관은 6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이후 연내에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허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4개월도 안돼 방침을 바꾼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졌다.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의원도 “중국 눈치보느라 달라이라마 ‘한 사람’도 데려오지 못하는 것이 우리 외교현실”이라고 힐난한 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기에 중국에 그리 쩔쩔매느냐”고 몰아세웠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특히 정부의 대미외교 자세를 비난하고 나섰다. 서청원(徐淸源)의원은 “지난달 미 국방부에서 열린 제2차 SOFA 개정협상에서 미측은 형사재판관할권 문제만 개정하고 환경문제는 포함시키지 말자고 요구했는데도 정부는 이같은 사실을 그동안 쉬쉬해왔다”고 지적하고 당당한 자세를 주문했다.

김덕룡(金德龍)의원은 “한미 미사일협상에서 사거리 300㎞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10회까지만 한국 단독으로 하고 그 이상은 미국의 감독을 받는다고 합의한 것은 미국의 ‘미사일 주권’침해”라며 그 대책을 물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의원은 일본의 교과서 왜곡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이의원은 “우리 대통령이 98년 방일 때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일단락 지어주는 배려를 했지만 일본측은 진실을 왜곡한 역사교과서를 검정에서 통과시키려 한다”며 “해방이후 가장 관계가 좋다는 한일관계가 겨우 이정도냐”고 따졌다.

같은 당 문희상(文喜相)의원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는 국익과 실리에 바탕한 외교전략을 펴야 한다”며 “용미(用美) 용일(用日) 용러(用露) 용중(用中)하는 것이 우리 외교의 살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정빈 외교부장관은 달라이라마의 방한문제와 관련해 “달라이라마가 방한하는 것은 시기의 문제”라며 “연내에 방한하는 것보다는 내년 적당한 시기에 우리나라를 찾는 것이 우리 국익에 맞는다는 판단에서 방한을 유보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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