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정쟁으로 날샐 국감…대법원국감은 못열려

  • 입력 2000년 11월 5일 19시 54분


국정감사가 종반에 들어서면서 국감장이 정치 공방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이 불거진 후 각 상임위는 소관부처 감사는 제쳐놓고 여야의 기세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동방 공방〓3일 국정원 국감에서는 여권실세의 동방사건 관련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과 이들 실세 중 한사람으로 거론된 민주당 김옥두(金玉斗)의원 사이에 험악한 입씨름이 벌어졌다.

김의원이 먼저 질의 중 “국정원 출신의 한 야당의원이 의혹을 제기했는데…”라며 정의원을 지목했다. 그러자 정의원이 “내가 자료가 없어서 아무 말 않고 있는 줄 아느냐.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고…”라고 맞받았다. 이에 김의원이 다시 “있으면 밝히면 되는 것 아니냐. 밝혀라”고 소리쳐 결국 정회 소동으로 이어졌다.

또 이날 대법원에 대한 법사위 국감은 동방사건 공방으로 아예 시작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대법원 간부들은 온종일 국감장 주변에서 대기하다 저녁 늦게야 발길을 돌렸다. 또 정무위는 정형근 의원이 여권실세 관련 의혹을 제기한 10월24일 후 거의 매일 ‘정례적으로’ 1시간 정도 동방사건을 둘러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상대 흠집내기〓10월31일 농림해양수산위의 해양수산부 국감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무현(盧武鉉)장관을 상대로 소관 업무와 관계없는 문제를 거론하면서 자질 시비를 벌였다. 10월30일 문화관광위의 서울시 국감에서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소관업무와 무관한 고건(高建)시장의 대권 구상을 추궁했다.

행자위는 공무원 편중인사 공방으로 국감 첫날인 10월19일부터 파행을 거듭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감 때마다 거의 매번 같은 문제를 제기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정치공세라고 반발하면서 감정적으로 대응해 여러 차례 정회 소동을 겪었다. 문광위 역시 월드컵조직위원장 교체와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된 박세직(朴世直)전 위원장의 재소환 문제로 연일 30분 정도 논란을 벌였다. 6일 정무위의 금융감독위 국감에서도 동방사건 관련 증인의 불출석 문제로 여야가 대립할 전망. 같은 날 행자위의 중앙선관위 국감에서도 선거비용 실사개입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하는 민주당 윤철상(尹鐵相)의원을 상대로 한 여야 설전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감 마지막날인 7일 통일외교통상위의 통일부 국감엔 박지원(朴智元)전 문화관광부장관이 출석할 예정이어서 이래저래 올해 국감은 정치 공세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송인수·이철희기자>issong@donga.com

주요 상임위의 정치공방 사례
법사위여권인사 관련소문 실명거론으로 이틀간 파행
정무위동방금고사건 증인채택 문제로 연일 공방
행자위편파인사 시비로 국감 첫날부터 파행
문광위월드컵조직위원장 교체외압 시비로 논란
정보위동방금고사건 둘러싼 여야의원들의 고성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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