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김덕룡(金德龍) 이부영(李富榮) 박근혜(朴槿惠) 의원 등 한나라당 비주류 인사들의 개헌론 제기에 이어 최근 이인제(李仁濟) 김근태(金槿泰) 한화갑(韓和甲) 박상천(朴相千)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 등 민주당 인사들이 가세하면서 개헌론이 갈수록 정치권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인제 김근태 최고위원이 3일 각각 후원회와 한반도재단 창립 총회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자 4일에는 김덕룡 부총재가 이를 받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개헌론의 공식 물꼬를 트라”고 촉구했다.
김 부총재는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동문회 초청 강연에서 “여당 내 (개헌추진) 움직임이 예상보다 빨리 오고 있다”며 이같이 촉구하고 “당내 여러 의원들을 만나 긍정적인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각 당에서 논의가 성숙된 다음 여야간 협의기구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대세로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이날 국회 대표연설이 끝난 뒤 기자간담회을 갖고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4년 중임의 정부통령제에 57%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정치권이 하지 않으면) 국민의 힘으로 (개헌)해야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개헌을 매개로 한 여야간 연대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포착되지 않고 있다.
개헌론자들도 저마다 소신을 밝히고 있을 뿐 개헌 논의를 집단화하거나 그에 동조하는 의원들을 조직화하는 작업은 꺼리고 있다. 서로 나설 처지도 계제도 아니라는 듯 미루고 있을 뿐이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이회창 총재는 중임제에는 찬성하는 듯하지만 부통령제 도입은 정계개편을 우려해 반대하는 것 같다”며 “여당이 이니셔티브를 쥐면 이 총재의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으므로 야당 내 개헌론자들이 주도적으로 개헌 논의를 이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개헌을 하는 데 1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이 적기이고, 개헌이 된다면 2002년 대통령선거 때부터 적용돼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치적 이해 때문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시민단체 등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공론화된 후에 여야 협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나서서 의원들을 엮을 단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최고위원의 한 측근도 “여러 정치인의 입을 통해 문제가 제기된 만큼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에서 공론화된 뒤 이것이 다시 정치권으로 유입되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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