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고시 강행을 밀어붙이기로 한 공정거래위원회로서는 민간위원들의 ‘자율규제 우선’ 주장에 밀려 당초 시행시기는 관철하지 못하게 됐다. 또 무가지 허용 비율도 당초 10%에서 경품을 포함해 20%로 완화되는 등 당초의 강경안에서 다소 후퇴했다.
그러나 신문협회가 독소조항으로 지적한 내용은 대부분 그대로 포함됐다.
이같이 신문협회측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고시를 만들어 놓고 자율적으로 지키라고 한 것이다. 규개위 민간위원들도 정부측 강행 의지를 끝까지 제지하는 데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마침내 ‘자율규약’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교묘한 양두구육(羊頭狗肉) 방식의 절충안을 유도해낸 것이다.
규개위는 “신문협회가 스스로 신문고시대로 자율규약을 만들어 시행할 경우 간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소조항이 담긴 고시안을 시행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신문업계가 자율적으로 시행하지 않을 경우 개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신문사 경영에 간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자율 내세운 타율 우려〓규개위는 신문고시를 부활시키면서도 신문협회의 의견을 존중해 자율규제를 먼저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신문협회가 고시 시행 시점인 7월1일 이전에 공정위의 신문고시에 ‘버금가는’ 규약을 만들 경우 신문고시에 앞서 이 규약을 우선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신문협회가 신문고시안을 담은 자율규약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공정위 간여 범위 넓어〓외견상으로는 협회 차원에서 자율규약을 우선 적용하지만 신문고시가 당장 7월1일부터 시행된다는 점에 있다. 규개위에서는 공정위가 간여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공정위 잣대로 자율규제 활동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 공정위가 신문업계에 어느 정도 간여할지를 자체 판단으로 정할 수 있는 셈이다. 또 공정위가 신문고시를 쥐고 있기 때문에 자율규제기관인 신문협회의 활동을 평가하고 나아가 정책결정기구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김병일(金炳日) 공정위 부위원장은 “신문협회는 현행 자율규약을 신문고시에 맞게 고칠 필요가 있다”며 “본사와 지국간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 등 자율규약에 담기 어려운 사안들은 공정위가 직접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자율규제를 내세운 행정간여를 하겠다는 것이다.
▽고시 내용 독소조항 그대로〓규개위 경제1분과위에서 결정한 내용들을 본회의에서 대부분 수용했다. 분과위에서 결정하지 못한 무가지 비중은 경품까지 합쳐 20%로 결정했다. 공정위가 낸 안에서는 ‘무가지 10%, 경품은 신문대금의 10%’로 이를 조합한 것이다.
신문 강제투입 허용 기간은 7일로 결정됐고 독과점지위 사업자의 정의도 다소 손질됐다.
그러나 그동안 독소조항으로 지적 받은 △공동판매 사실상 허용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 행위 △본사와 지국간의 관계 설정 등은 모두 그대로 고시에 담겨 있다. 정부가 신문사의 판매와 광고, 사업활동 등에 언제든지 통제의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셈이다.
신문협회에서는 고시에서 정한 부당유인행위와 거래상 지위 남용 및 지국 차별 등 대부분의 조항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는 신문사 자율경영을 침해하는 부분으로 지적된다.
▽남아있는 문제점〓당장 7월1일까지 신문협회가 자율규약을 만드는 문제를 둘러싸고 공정위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신문협회로서는 독소조항을 담기가 어렵다고 버틸 것이 분명하고 공정위는 ‘협회가 안 받아들이면 고시를 적용할 것’이라는 강경 입장을 보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신문협회 관계자는 “자율규제는 어디까지나 업계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어야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미리 제시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다 담으라는 것은 자율을 가장한 타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공정위는 “협회의 자율시정 노력이 미흡하거나 신문협회에서 처리하기 어려울 경우 공정위가 직접 나서 신문고시에 따라 시정 조치할 것”이라는 방침으로 규제의 칼날을 거둬들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영해·문권모기자>moneychoi@donga.com
신문고시 주요내용 | ||
유형 | 세부유형 | 내용 |
불공정거래행위 | 부당한 고객유인 | 무가지와 경품을 합해 20% 초과 제공 |
신문을 7일 이상 강제투입 | ||
거래상 지위남용 | 신문사가 지국에 신문판매량을 늘리도록 강요 | |
신문 공급부수, 공급단가, 판매지역 등에 대한 신문사의 일방적 결정 | ||
거래상 지위남용 | 지국에 신문을 공급하며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게 자기, 특수관계인, 계열회사가 발행하는 신문, 잡지, 다른 출판물을 구입하도록 강요 | |
차별적 취급 | 신문사가 신문공급과 관련해 지국을 차별 취급 | |
배타조건부거래 | 지국에 대해 경쟁사의 신문을 판매하지 못하게 구속 | |
거래거절 | 부당하게 지국에 신문공급을 제한, 중단 또는 계약해지 | |
시장지배적 남용행위 | 가격남용 | 독과점 지위 신문사가 소비자 판매가 또는 광고료를 원가변동 요인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수준으로 결정, 유지 또는 변경 |
경쟁사업자 배제 | 독과점 지위 신문사가 지국에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신문을 공급해 경쟁신문사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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