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겉으로 보기에는 당정쇄신론을 다시 제기한 김 대표측이 다소 무안을 당한 셈이 되나 내막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김 대표로서는 이번 문제 제기로 최소한 연말까지는 당의 중심으로서 당을 끌고 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잡하게 전개되어 온 당정쇄신론의 최초 진원지는 김 대표측이 아니라는 게 여권 내의 정설이다. 김 대표측은 그 진원지로 일부 청와대 비서진을 포함한 여권 핵심인사들을 지목하고 있다. 이들이 ‘김 대표 흔들기’ 차원에서 당정개편설을 흘렸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김 대표의 서울 구로을 재선 출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기회 있을 때마다 “청와대 비서관들은 (대통령을) 얼굴 없이 보좌해야 한다”고 말해 온 것도 이들의 의도에 대한 경계심과 불만의 표시라는 것.
이런 점에서 보면 김 대표가 이번에 주장하고 나선 당정쇄신은 청와대 일부 참모진에 대한 ‘반격’의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흔들지 마라, 더 이상 흔들면 나도 ‘쇄신’이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김 대표에 대한 청와대 참모진들의 불만도 팽배할 수밖에. 한때 “그렇다면 대표를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문제는 당정쇄신 또는 개편을 둘러싼 양자의 갈등이 쉽게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 김 대표의 ‘당무 거부’ 앞에서 청와대 참모진들이 한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이들은 궁극적으로 시기의 문제일 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진용을 다시 짜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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