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 ① 정국 어디로 |
▽쇄신과는 거리가 먼 ‘김심(金心)’〓여권 인사들은 대체로 이번 당정 개편에 대해 “안정감을 최우선시한 인사”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집권 후반기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DJP 공조 와해가 불안감을 가중시켰음을 여권 인사들은 부인하지 않는다.
실제로 인사내용을 살펴보면 위험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DJ의 치밀한 고려를 쉽게 읽을 수 있다. 특히 한 대표 내정자의 경우 사심(私心)없이 대선 후보 경선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는 점과 한나라당 및 자민련과의 원만한 관계를 높이 샀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대표 내정자와 가까운 정균환(鄭均桓) 총재특보단장이 ‘경선의 엄정 중립’을 내걸고 50여명의 의원들을 모아 ‘중도개혁포럼’을 추진하는 것을 DJ가 용인한 것 또한 한 대표 내정자 발탁을 위한 ‘사전포석’의 일환이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한 대표 내정자의 ‘중립성’에 토를 다는 이들이 없지 않다. 그가 중도를 표방하며 동교동계 구파와 신파 사이의 거중 조정 역할을 자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동교동계 구파와 호흡을 같이 하면서 일해 왔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한 대표 내정은 한마디로 구파의 공간이 확보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뒤숭숭한 여권〓안정감을 위한 당정 개편이 오히려 여권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성호(金成鎬) 의원 등 ‘새벽21’ 소속 3명의 초선의원들은 7일 한 대표 체제가 확정될 경우 탈당을 불사하겠다며 교체를 요구했다. 같은 날 김원기(金元基) 정대철(鄭大哲)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과 조순형(趙舜衡) 의원 등 중진들은 모임을 갖고 인사개편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당 대표가 왜 바뀌게 됐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당은 한두 사람의 당이 아니다”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른바 ‘빅 3’를 포함한 당-정-청 전면 쇄신을 요구해온 김중권(金重權) 대표까지 겨냥하는 듯했다.
양측의 갈등이 어느 정도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새벽21’도 12명의 회원 중 3명만이 ‘탈당 불사’를 외치고 있고, 재선의원 그룹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중권 전 대표가 대표로 왔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한 대표가 온다고 하니까 반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30∼40%의 ‘직접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동교동계 구파는 물론 유력 대선 주자인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과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 등은 오히려 한 대표의 기용에 긍정론을 펴고 있다. 노 고문은 “대통령의 신뢰가 있는 인물이 대표를 하는 것이 오히려 당의 자율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향후 당-청 관계 및 여권의 진로〓한 대표 내정자 측과 동교동계 인사들은 “한 대표가 들어서면 당-청 갈등이 최소화될 것이며 이는 대통령의 뜻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한 대표 체제가 지방선거와 대선 후보 경선까지 관리하는 장기체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올 연말 또는 내년 초에 다시 한번 개편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이유 중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외형이 어떻든 궁극적으로 동교동계 구파가 중심이 된 김 대통령 친정체제는 여권의 내부갈등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당장 동교동계 구파와 초 재선그룹의 대립이 더 첨예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더욱이 ‘경선 출마 불가’라는 족쇄에서 풀렸다고 생각하는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이 대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갈등 양상은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는 관측도 많다.
당의 한 인사는 “이런 갈등은 대통령의 임기가 후반에 접어들면 으레 나타나는 것으로 레임덕 초기 현상의 전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철·윤영찬·윤종구기자>fullmo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