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뜨겁다]한광옥 대표 불가론 진짜 표적은 권노갑

  • 입력 2001년 9월 9일 16시 25분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광옥(韓光玉) 대표 불가론’의 표면적인 이유는 대통령비서실장이 당 대표로 직행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고 정풍(整風) 파동을 거치면서 집약된 쇄신 요구와도 거리가 멀다는 것이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한 때 탈당불사까지 외쳤던 ‘초선의원 3인방’을 비롯한 당내 불가론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표면적인 논리로만은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80년대 후반 평민당 시절부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정치를 같이해 온 ‘민주당 터줏대감’들 중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당내에서 가장 중립적이라는 평을 듣는 이해찬(李海瓚) 의원까지도 “한 실장이야 원래 당에 있던 사람이고, 1년 남짓 청와대에 가 있었던 것뿐인데…”라며 ‘한광옥 대표 불가론’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범 동교동계의 한 3선의원은 “초선의원 3인방이나 ‘대통령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정면으로 반발한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이 직접적인 표현은 않고 있지만 실제 겨냥하고 있는 것은 한광옥 대표내정자가 아니라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광옥 대표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권 전 최고위원이 한 대표내정자나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기획수석 등의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즉 ‘한광옥보다는 뒤에 있는 권노갑이 싫어서’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근태 최고위원은 9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청와대 참모들의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이와 함께 특정계보가 당위에 군림하고 거기에서 얘기된 대로 당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때로 절망감을 느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한 대표내정자는 당내 일각의 반발보다도 이 같은 반발논리가 확산되는 것을 더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한 대표내정자는) 80년대 민추협(민주화추진협의회)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직 민주화와 정권교체를 위해 한 길을 걸어왔는데, 마치 반개혁세력의 상징인 것처럼 매도당하고, 대신 엉뚱한 사람들이 개혁파인 것처럼 나서고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광옥 대표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지난번 정풍운동 때처럼 아무런 근거도 없이 ‘권노갑 배후론’을 퍼뜨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쇄신대상을 정정당당하게 밝히지도 못한 채 ‘당정쇄신’이란 말 뒤에 숨어 내분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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