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정치실험 3]상향식 공천제

  • 입력 2002년 1월 10일 18시 49분


선호투표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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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후보의 밀실공천과 낙하산공천은 정치권의 낙후를 초래한 주요인 중 하나였다. 여야가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하려는 것도 정치개혁의 진정한 출발점은 공천제도의 민주화에 있다는 인식에 바탕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당원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 제도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하향식공천의 폐해와 공천개혁〓정당법은 당원의 의견을 토대로 민주적 절차에 의해 공직후보를 공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각 정당의 당헌 당규도 공천을 민주적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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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동안 여야 모두 당 총재가 전단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해 온 게 사실. 여야 할 것 없이 당 총재가 제왕처럼 군림하고 의원들의 맹목적 충성으로 국회가 파행을 거듭한 것이나 공천과 관련한 금품수수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1인 보스가 공천권을 장악한데 기인하고 있다.

여기에는 뿌리깊은 지역주의도 한몫을 했다. 특정 지역의 경우 특정 당의 공천은 곧 당선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1인 보스의 전횡은 더욱 심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은 이번에 당 쇄신안을 마련하면서 “총재 등 당 지도부가 장악해 온 각급 공직선거의 공천권을 당원과 국민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당의 실력자들이 공천심사위원회라는 형식적 기구를 통해 일방적으로 후보를 결정하던 방식을 탈피하겠다는 취지였다.

시도지사 후보의 경우 당원대회나 당 선거인단,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등을 구성해 선출토록 하고 지역구 의원이나 시장 군수 구청장 시도의원 후보도 당원대회나 대의원대회에서 뽑도록 했다.

한나라당도 중앙당이 후보를 낙하산 식으로 내정하지 않고 지구당 차원에서 후보를 선출하는 방향으로 공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보고 국가혁신위 정치분과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실적 문제점〓아직도 지구당위원장이 ‘제왕적으로’ 대의원들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지구당위원장의 영향력 행사에 따라서는 각급 공직후보에 대한 상향식 공천 또한 민의가 왜곡될 소지가 없지 않다. 특히 기초단체장이나 광역의원의 경우 200명 안팎의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경선을 치를 경우 재력이 있는 후보가 금품으로 대의원을 매수할 개연성도 있다. 민주당 송훈석(宋勳錫)의원은 “재력있는 사람이 나와서 분탕질하면 자칫 여론과 다른 사람이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의원 매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선거인단 규모를 크게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으며, ‘전당원 직선제’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경선관리비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선거인단의 일정 비율을 외부에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상향식 공천이 오히려 신진 인사의 정치권 유입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구당위원장들에 의해 대의원들이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신진 인사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숭실대 강원택(康元澤·정치학)교수는 “진성(眞性) 당원의 확보 등 정당구조의 기본을 튼튼하게 하는 법적 제도적 노력이 꾸준히 진행돼야 의미있는 정치개혁이 가능하다”며 “상향식 공천을 하되 정치권에 ‘새 피’를 공급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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