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의 시민단체 인사들이 각 당의 공천과정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는 것도 17대 총선 예비전의 또 다른 특징이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1차 공천신청자 515명 중 시민운동가는 76명으로 15%. 224명(42%)이 신청한 정계인사에 이어 직업 분류로는 2위다. 민주당도 1차 공천신청자 421명(비공개 38명 포함) 중 시민단체 출신은 32명(7.6%)으로 정·관계에 이어 3위였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각 당의 시민단체 출신 공천신청자는 평균 2%대 미만이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풍부한 현실 참여 경험과 지명도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정치권의 수요가 날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성계처럼 눈에 띄는 대어(大魚)급 인사의 영입이 없는 게 현실이다.
각 정당은 박원순(朴元淳)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최열(崔冽)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 명망 있는 시민운동가를 영입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한나라당은 박 상임이사의 영입을 위해 오세훈(吳世勳) 의원과 김문수(金文洙) 공천심사위원장, 최병렬(崔秉烈) 대표까지 총출동했으나 무위로 끝났다.
시민단체의 인기가 급상승하자 시민단체 인사를 표방하는 ‘유사(類似)시민운동가’도 급증하고 있다. 참여연대 간부들은 얼마전 각 정당의 공천신청자 명단을 점검하다 깜짝 놀랐다. 전국 각 지역 참여연대 간부를 자처한 수십명이 공천신청을 했기 때문. 참여연대측은 부랴부랴 각 정당에 “참여연대는 대구 울산 의정부에만 지부를 두고 있는 만큼 다른 지역 참여연대는 본 단체와 관계가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무늬만 시민단체’인 경우도 적지 않다.
인천 출마를 준비 중인 모 정당의 한 당직자는 최근 자신의 출마 지역 이름을 붙인 ‘○○ 사랑 모임 간사’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 모임의 회원은 이 당직자와 그의 선거 캠프 직원 1명 등 2명뿐. 2002년 대선 당시 모 후보의 특보였던 L씨는 ‘신○○포럼 원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고 있다. 10여년간 국회의원보좌관을 했던 A씨도 ‘환경운동가’로 자신을 홍보하고 있다.
김기식(金起式) 참여연대사무처장은 “유권자들이 기존 정치인에 대한 염증 때문에 상대적으로 도덕적, 개혁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시민단체 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역 정치신인들도 자신이 포럼 같은 것을 만들고 대표를 맡아 선거운동에 활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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