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뉴트렌드 明暗]40代 대거 등장

  • 입력 2004년 1월 29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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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민주당후보로 출마를 준비 중인 A씨(44)는 얼마 전 한 인터넷신문을 들여다보다가 낯익은 얼굴의 40대 초반 B씨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과 함께 국회의원 비서관 생활을 한 데다 1996년 총선에 출마까지 했던 B씨가 기성 정치권에 몸담았던 경력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완전한 ‘정치신인’ 자격으로 정치권 물갈이를 역설하고 있었다.

4월 총선에 나서는 자신의 이미지 차별화를 위해 일종의 ‘경력 물갈이를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자 A씨는 씁쓸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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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수도권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뛸 준비를 하고 있는 운동권 출신의 40대 초반 C씨는 29일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같은 지역구에서 공천경합 중인 40대 현역의원 D씨가 경선비용 상한선을 높게 책정해 정치신인의 의회진출 기회를 봉쇄하려는 구태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17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차지하기 위한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간의 경쟁이 곳곳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2000년 16대 총선 때 ‘386(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세대’로 불리며 물갈이 태풍의 핵으로 부상했던 정치신인들이 이제 상당수 40대로 접어들면서 이들 486세대가 17대 국회의 주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각 당의 1차 공천 신청 결과 연령별로 40대 초중반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36.2%(333명), 민주당은 39.2%(165명), 열린우리당은 전체 신청자의 52%(264명)가 40대다. 이중 486이라 할 수 있는 40대 초중반은 각 당 모두 40대 전체의 3분의 2가량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각 당은 총선승패를 가를 연령층을 40대로 보고 40대 표심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40대가 한나라당의 운명을 좌우하고, 40대만 잘 잡으면 총선압승이 가능할 것”이라며 모든 홍보와 정책을 40대에 맞추도록 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최근 내부전략회의에서 ‘40대가 지지하는 든든한 한나라당’이란 선거 캠페인을 마련한 것도 같은 취지다.

그러나 486 주자들이 ‘포스트 3김 체제’의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정치를 정착시켜갈 역량을 갖추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영남 지역 출마를 준비 중인 L씨(40)는 모 지방대학 초빙교수 명함을 돌리며 ‘정치개혁의 기수’임을 호소하고 있으나 정작 가까운 인사들조차 그가 어느 대학을 다녔는지 모를 정도다.

경기 시흥에서 민주당으로 출마준비 중인 황인철(黃寅哲·43) 전 대통령통치사료비서관은 “이름만 신인일 뿐 내실을 갖추지 못한 ‘중고 486’들이 상당수 설치고 있는 만큼 옥석이 제대로 가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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