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맞수]열린우리 김진표 vs 한나라 이한구

  • 입력 2004년 4월 25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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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정부 1기 내각의 경제수장이었던 열린우리당 김진표(金振杓) 당선자와 한나라당의 대표적 경제통인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같은 ‘모피아’(MOFIA·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을 마피아 집단에 빗댄 말) 출신이다.

김용환(金龍煥) 전 재무부 장관의 동서인 이 의원은 1980년 신군부 집권 당시 ‘JP 라인’으로 몰려 재무부 이재과장(현 은행과장)을 끝으로 옷을 벗고 민간에서 활동했다.

반면 김 당선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에 이어 노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로 발탁되는 등 현 정부 들어 경제 관료로 승승장구했다.

재무부 시절 이 의원이 주로 이재국에 근무한 반면 김 당선자는 세제실에서 일해 서로 알고는 지냈지만 특별한 기억은 없다는 게 두 사람의 얘기다.

오히려 이 의원이 16대 한나라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하면서 두 사람은 ‘창과 방패’의 관계로 본격적인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행시 7회로 국회 재정경제위원인 이 의원은 지난해 재정경제부 국정감사에서 고시 후배인 김 전 부총리(행시 13회)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경제부총리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공정거래위원회와 노동부에 질질 끌려 다니며 이곳저곳 눈치나 봐서야 되겠느냐”고 질책했던 것.

이에 김 당선자는 “이 의원이 날카로운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라면서도 “ 경제가 어려운 만큼 야당도 트집잡기보다는 경제살리기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지난해 국회 예산심의 때 한나라당 때문에 적자예산을 제대로 편성하지 못했다”며 이 의원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합리적 시장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걸어온 길의 차이만큼 17대 국회에서 펼칠 경제정책에 대한 논리 대결 또한 불꽃을 튈 전망이다.

이 의원은 당장 열린우리당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방침과 관련해 “정부 빚만 늘려 나라살림을 거덜 내는 꼴”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김 당선자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하루빨리 추경편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증권시장 살리기 해법에 대해서도 김 당선자는 “현재 100조여원인 국민연금이 2020년에는 650조원으로 늘어나는데 언제까지 주식투자를 막을 셈이냐”며 주식투자 금지조항 철폐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경제는 얼어붙었는데 여당은 주가 띄우기에만 골몰하려 하느냐”며 연기금에 대한 정부 개입 후유증을 우려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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