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상대방이 아픈 내용만 주제로 삼아 회담을 하자는 정 의장의 제안에 대해 한나라당측은 ‘정치 공세용’ ‘국면 전환용’이라며 냉담한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노인 폄훼 발언’의 역풍이 예상외로 거세자 국면 반전을 노린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 의장은 이날 경남 거제와 진주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여야 대표가 탄핵안 철회에 합의하면 노무현 대통령도 3자 회동을 검토할 것이고 노 대통령에게 사과도 건의할 생각”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이어 “대다수 국민은 한나라당이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 아직 명백하게 사과하고 진상을 고백하지 않았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국민 앞에 고백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한다면 새 출발을 다짐할 수 있는 방안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완(李炳浣)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도 이날 “정 의장의 탄핵철회 제안을 국면 전환용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이는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라며 “여야 합의로 탄핵철회를 할 경우 득을 보는 것은 한나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 수석은 또 정 의장이 제안한 ‘17대 국회 전 불법 대선자금 문제를 털고 가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우선 국민에게 납득할 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하고, 그렇다면 이런 제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고 가세했다.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의 ‘탄핵 불씨 살리기’와 ‘한나라당=차떼기당’ 이미지 부각은 전날부터 본격화된 한나라당에 대한 압박공세의 연장선에 있는 카드. 선거운동 초반 영남권 집중 투어에도 ‘박근혜 바람’과 ‘노풍(老風)’이 여전하다고 보고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판단한 듯하다.
이에 따라 정 의장은 이날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그는 “국민의 심판에 의해 탄핵 세력은 소멸할 것” “박 대표가 대표회담을 거부하는 것은 나라를 파탄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 의장은 대표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선택은 한나라당의 몫”이라고만 밝혔다. 또 ‘불법 대선자금 고백에 따른 새 방안 도출’이라는 제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거제·진주=이승헌기자 ddr@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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