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 지켜야 평화시위다

  • 입력 2004년 3월 16일 18시 47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불법으로 규정됐다. 야간 옥외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집시법에 근거한 것이다. 그럼에도 집회를 주관하는 시민단체들이 야간에도 개최 가능한 ‘문화행사’로 바꿔 집회를 계속 열기로 한 것은 옳지 못하다.

탄핵 문제에서 시작된 이 집회는 원초적으로 정치적 성격이 배제될 수 없다. 어떤 문화행사를 벌인들 촛불집회를 계속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인상을 면하기 어렵다. 그럴 바에는 야간 집회에 매달리지 말고 적법한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옳다. 주최측이 강조하는 ‘평화 시위’의 의미가 살아나려면 스스로 법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난 며칠간 촛불집회로 저녁시간 광화문 일대의 교통이 막히는 등 시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불법 집회로 인해 다른 시민들의 권리가 침해받는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촛불집회에 대한 관계 당국의 혼선도 빨리 정리되어야 한다. 경찰은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촛불집회에는 약자와 청소년이 있어 원천봉쇄하면 사고 등 더 큰 어려움이 있다”며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집시법에서 야간 집회를 금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고 등 불상사의 우려 때문이다. 허 장관의 말대로 약자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야간 집회는 금지되는 게 법 취지에 맞다. 당국은 법 집행에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

탄핵 반대든 찬성이든 합법적인 집회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양쪽 모두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탄핵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은 이미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결과를 차분히 기다리는 게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시민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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