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憲裁, 소수의견 밝히는 게 正道다

  • 입력 2004년 5월 11일 18시 33분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선고일이 모레로 다가왔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로 헌재의 결정문은 ‘역사적인 문건’이 될 것이다. 헌재가 국회소추를 기각할지, 대통령을 파면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다수의견에 못지않게 소수의견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헌법재판소법의 결정문 의견 표시 규정에 탄핵심판 사건이 제외돼 있기 때문에 다수의견만 결정문에 공개하는 것도 법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국가원수의 파면 여부를 가리는 중대한 심판에서 소수의견을 묻어버리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소수의견도 존중돼야 하고 공개될 기회를 줘야 한다.

국론이 분열돼 있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소수의견을 공개할 수 없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사법부의 판단에는 불리한 결정을 받은 이해당사자의 불만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재판의 독립에는 필연적으로 재판관의 판단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재판관 9명 중 4명 이상이 탄핵에 반대하거나 6명 이상이 찬성할 경우 소수의견을 밝히지 않고 다수의견만 결정문에 공개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4 대 5, 6 대 3 또는 7 대 2를 9 대 0으로 발표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찬성과 반대의 비율에 따라서도 대통령과 정치권 그리고 국민에게 주는 교훈과 의미가 달라진다. 따라서 재판관들이 9 대 0의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면 소수의견은 공개되는 것이 옳다.

헌재는 국민과 역사 앞에 책임지는 자세로 결정문을 작성해야 한다. 다소 어려움이 예상되더라도 편법으로 우회해서는 안 된다. 헌재는 국회 소추위원측은 물론 대통령의 대리인단 측에서도 소수의견 공개를 지지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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