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一戰]“우리도 드림팀” “돈은 필요없다”

  • 입력 2004년 3월 17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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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드림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비한 자문위원단 구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탄핵소추위원인 김기춘(金淇春) 국회 법사위원장은 17일 “국회 내에 헌법학 교수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10명 안팎의 자문위원단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한나라당은 학계와 법조계 인사 10명을 자문위원단 후보로 선정한 뒤 개별적인 접촉에 들어갔다. 민주당도 이날 오전 5명의 자문위원단을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중 일부 인사가 자문위원단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김철수(金哲洙) 명지대 석좌교수와 이강혁(李康爀) 전 한국공법학회장을 비롯해 헌법재판소 상임재판관을 지낸 이시윤(李時潤) 전 감사원장, 헌재 재판관을 지낸 변정수(卞禎洙)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장, 정종열(丁鍾烈) 경기대 법대 교수 등 5명의 자문위원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김철수 교수는 “자문위원단 위촉에 응한 적이 없다. 탄핵 문제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변정수 위원장도 해명자료를 통해 “자문위원직을 수락한 바 없고 이번 탄핵심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시윤 전 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선거법 위반은 분명하고 측근 비리와 국정 파탄의 경우 위법 여부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위법 여부가 드러나면 간단치 않을 것이다”며 “총선과 재신임 연계 발언에 대한 추가 소추도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적 중대사인 만큼 졸속 심의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부 국민도 세몰이를 하듯 헌재의 결정에 영향을 주려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촛불시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종열 교수는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탄핵 의결 절차가 정당했는지부터 따져볼 것이다. 또 탄핵사유는 명확해야 하며 명확성의 기준에 비춰볼 때 탄핵사유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과 재신임 연계 발언에 대한 추가 소추 논란에 대해서도 “형사소송으로 치면 공소장 변경인데 마음대로 할 수는 없고 별도의 의결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이견을 나타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돈은 필요없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진보적 성향의 거물급 변호사들이 노 대통령의 변호인단에 참여키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변호인단 운영과 비용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文在寅)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주도하고 있는 변호인단 구성은 거의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17일에는 1980∼90년대 인권변호사로 명망이 높은 유현석(柳鉉錫·77·제1회 판검사특별임용시험) 변호사가 변호인단 단장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변호인단에서 가장 원로에 해당되는 유 변호사는 80년대 권인숙양 성고문 재정신청 사건과 91년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 박종철씨와 강경대씨 사망사건 등 주요 시국사건에서 무료 변론을 맡아 인권변호사로 명성이 높았던 법조계 원로.

또 노 대통령의 사위가 근무하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의 대표변호사인 양삼승(梁三承·54·사법시험14회) 변호사가 개인 자격으로 변호인단에 합류했으며, 화우 소속이면서 노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생(17회)인 강보현(康寶鉉·55) 변호사도 참여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한승헌(韓勝憲) 전 감사원장과 이용훈(李容勳) 전 대법관, 하경철(河炅喆)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진보적 성향의 변호사들이 참여할 방침을 밝힌 바 있어 노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역대 재판에서 가장 화려한 변호인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변호인단은 유 변호사를 중심으로 18일 헌재 평의에서 결정되는 심리 일정 등을 고려하면서 변론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심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변호사 선임 비용 문제.

법조계 안팎에서는 일반 형사사건이라면 참여 변호사들의 이름만 감안하더라도 변호사 선임 비용이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이지만 법적으로는 노 대통령 개인에게 국한되는 송사라는 점에서 변호사 선임료 등 제반 비용을 노 대통령 개인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막대한 변호사 비용을 부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 의사를 밝힌 변호인들이 한결같이 무료변론을 자청하고 있는 데다 탄핵심판이 가진 역사적 의미와 공익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일례로 1987년 9월 당시 노무현 변호사가 대우중공업 이석규씨 분신 및 사체부검 문제를 놓고 제3자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당시 변호인단은 무료변론을 했다.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순수하게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면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은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헌정사상 처음 있는 탄핵사건이라는 점에서 무료 변론을 자청할 여지도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심판 평의를 하루 앞둔 서울 종로구 재동의 헌법재판소.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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