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주심 재판관 “우린 정말로 힘든 상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최종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결정문 내용 확정 문제를 놓고 막판 격론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재판관들이 각자 잠정 결론을 이미 내린 상태지만 쟁점별 토론과정에서 의견을 수정할 수도 있고, 논란이 되고 있는 소수의견 발표 여부 등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 주심인 주선회(周善會) 재판관은 8일 결정과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우리는 정말로 힘든 상태”라며 심리 막바지에서 재판관들이 겪는 진통이 적지 않음을 내비쳤다.

이번 사건은 사안 자체가 워낙 중요하고 민감한데다, 국회 소추의 적법성 여부와 탄핵사유의 타당성 등 쟁점에 대해 재판관들의 의견 조정 작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헌재 안팎에서 논쟁이 일고 있는 결정문 내 소수의견 개진 문제도 재판부의 고민거리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각하 또는 압도적 반대로 기각할 경우 여권은 총선에서의 승리로 사실상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받은 데 이어 법적으로도 승소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하더라도 5 대 4 또는 4 대 5로 찬반양론이 엇비슷하게 갈릴 경우 여야는 서로 책임공방을 벌이면서 정국이 시끄럽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일이 다가올수록 재판관들의 고뇌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등 사건 당사자들의 태도도 헌재 재판관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관을 지낸 한 원로 변호사는 “탄핵 피고인인 대통령이 마치 탄핵이 기각된 것처럼 활동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재판관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헌재는 이번 주중 탄핵심판 결정문 작성을 완료한 뒤 13일을 전후해 최종 선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10일부터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재판관 전체회의를 소집해 세부 쟁점에 대한 재판관별 입장을 정리하면서 결정문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헌재는 인용 또는 기각, 각하 등 주문과 함께 소수 의견까지 적시된 결정 내용의 가닥이 잡히면 최종 평의를 통해 결정문 확정 작업과 선고기일 지정 문제를 논의한 뒤 13일 전후로 특별기일을 지정해 최종 선고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결정문이 확정되는 대로 선고일을 지정, 대통령 대리인단과 국회 소추위원측에 통보할 계획이어서 확정된 선고일자는 선고일 1, 2일 전에야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