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북한 당국이 구호물자의 육로 수송과 의료봉사단 파견에 난색을 표명한 데 대해 시민단체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측이 이를 즉시 수용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치료 서두르지 않으면 사망자 늘어’=폭발사고로 피해를 본 어린이들의 사진을 본 국내 의료진들은 기본적인 화상치료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북한의 현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베스티안 화상전문병원 윤천재 과장은 “TV를 보니 드레싱과 링거가 없어 큰 화상을 입은 어린이들에게 응급조치도 제대로 못 해주고 있는 것 같다”며 “이 경우 흉터가 문제가 아니라 감염 합병증으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 전욱 교수는 “22일 사고가 나 지금쯤은 전신 20% 이상의 화상을 입은 화상환자들이 생명의 위험을 받고 있을 시기”라며 “진료 활동이 불가능하니 일단 화상연고와 붕대 및 거즈, 수액제, 항생제 등을 시급히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화상학회 김동철 이사도 “2∼3도 화상을 입은 아이들의 수술을 서두르지 않으면 패혈증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섭섭하지만 지원 계속해야’=북한과 꾸준히 교류해 온 단체들은 “북한이 사태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지원을 멈춰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북한 식량난 해결에 힘써온 ‘좋은 벗들’의 한 활동가는 “용천항이 군항이고 육로도 군이 관리하고 있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처럼 보수, 진보단체가 힘을 합쳐 구호활동에 나섰는데 북한 당국이 찬물을 끼얹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월드비전 한국’의 김혜영 주임도 “평양보다 서울이 더 시끄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북한 당국이 이번 사고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고 꼬집었다. 통일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다친 사람들 빨리 치료해주고, 죽은 사람들 장례를 지내줘야 할 텐데…. 슬프네요, 북한이라는 나라가…’라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반면 1999년 평양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했던 아주대 의대 이일영 교수(재활의학과)는 “북한에는 인구 대비 의사수가 남한보다 많고 부족한 건 오히려 의료시설과 의약품들”이라며 “재활용품이라도 가능한 한 빨리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색내기’ 구호활동은 삼가야=일부 업체들은 대한적십자사에 “라면과 생수를 원가로 지원할 테니 대량 구매해달라”는 전화 제의를 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바쁜 직원들을 난처하게 하고 있다.
재난관리기획팀의 한 직원은 “심지어 최종 전달지까지 회사명과 상표가 인쇄된 구호품 박스를 사용해 달라는 요구도 많다”며 “북한이 무엇보다 자존심을 중시한다는 사실을 알 텐데 그래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기정 회원홍보국 과장도 “성금을 전달하며 회사와 개인의 이름이 언론에 어떻게 게재되는지를 묻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동포의 아픔을 나누는 일이니만큼 이런 일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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