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용천 참사와 카다피의 변신

  • 입력 2004년 4월 2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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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행보가 당당하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을 방문한 그는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만난 뒤 ‘미국에서 중국에 이르는 모든 국가에’ 리비아의 선례를 따라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국제사회의 기피 인물이던 그가 유럽의 한복판에서 큰소리를 치게 된 저간의 변화가 놀랍다. 핵무기를 포기한 이후 리비아에 답지하는 유무형의 ‘선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카다피의 변신과 국제사회의 화답은 자동적으로 북한의 현실을 생각하게 한다. 북한이야말로 리비아의 선례를 따를 최적의 후보국이기 때문이다. EU의 유화적 태도에 고무된 카다피는 외국 기업의 리비아 석유 개발 참여를 요청했다. 무모한 대결을 포기하면 당당하게 경제회생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을 카다피가 보여주고 있다.

용천 참사에서 드러난 대로 북한은 국지적 재난도 혼자 수습하지 못하는 미약한 처지다. 이번 사고는 남한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난 극복은 응급대책이지 근원적 해결은 아니다. 기근이 닥치면 식량지원을 호소하고, 사고가 나면 구호물자를 지원받아 위기를 넘기는 비상전략으로 ‘강성대국’이 될 수는 없다. 언제까지 외부의 인도주의에 기댄단 말인가.

북한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책은 국제사회와의 공생(共生)이다. 핵 포기는 거기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용천 참사와 카다피의 국제무대 복귀가 결단의 계기가 되기 바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변하기 위해 중국에 다녀온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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