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워싱턴의 한미일 협의를 마친 뒤 14일 “북한의 안보우려를 (6자회담에서) ‘특별히’ 다룰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3국이 이 문제에 관해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뤘음을 시사한다.
그동안 미국은 대북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해 왔고, 북한이 13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 등을 통해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을 거듭 주장해 온 것에 비춰 보면 이 차관보의 언급은 그에 관해 뭔가 한미일이 새로운 절충안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다.
이는 미국의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이 7일 “6자회담에서 대북 안전보장을 문서화할 경우 미 의회 결의안으로 추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보다 진전된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한미일의 구체적 구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외교전문가들은 몇 가지 방안을 추론하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안의 하나는 북한과 미국이 체제안전 보장 방안에 관한 협의를 마치면 전체 참가국이 ‘공동선언’ 형식으로 대북 불가침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포기를 전제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특별성명 형식으로 대북 불가침 및 북한체제 보장을 천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는 북한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단순한 대북 불가침이 아니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체제의 지속에 대한 미국의 보장이라는 판단에 따른 관측이다. 이 경우 불가침 보장 문제는 김 국방위원장의 체제에 대한 보장과 직결된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불가침조약 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6자회담이 과연 어느 정도 진척됐을 때 이 같은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예단키 어렵다. 북한은 특유의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며 6자회담이 상당 기간 진행돼 체제보장 등 실질적인 ‘반대급부’를 확인하고 난 뒤에야 핵개발 포기에 관한 종전의 입장을 누그러뜨릴 개연성이 크다.이 같은 실랑이가 계속될 경우 6자회담은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 특히 북한이 회담을 핵개발을 위한 시간 벌기로 이용하려 들 경우 회담 무용론과 대북 강경론이 설득력을 얻게 될 개연성이 크다.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핵 국면의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6자회담 참여국 입장 | ||||
참여국 | 북핵 기본입장 및 원칙 | 북핵 해법 | 핵 해결시 역할 | 회담 수석대표 |
한국 | 조속한 평화적 해결 | 단계별 포괄적 접근 | 대북경제지원 선도 |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 |
북한 | 불가침 조약 체결 |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 | 동북아 정세 안정 기여 | 김계관 외무성 부상 |
미국 | 북핵의 완전한 폐기 | 의회 결의안 통한 북 체제보장 | 북한 경제개선 지원 | 제임스 켈리 국무부차관보* |
일본 | 핵폐기, 납치자문제 해결 | 포괄적 해결 | 대북 지원, 북-일 수교 | 야부나카 미토지 외무성 아주국장 |
중국 | 한반도 비핵화 | 북-미 평화적 협상 | 대북 경제 지원 | 왕이 외교부 부부장* |
러시아 | 〃 | 〃 | 가스관 건설 등 지원 | 알렉산드르 로슈코프외무부차관* |
*는 회담 수석대표로 확정. 나머지는 가능성 높은 인사들.. |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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