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성호(金成鎬) 의원도 이날 북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이종혁(李種革) 부위원장의 말을 인용, 북한은 경수로 원전 대신 화력발전소 건설도 괜찮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에 앞서 미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에 경제 인센티브를 줄 생각이 없지만 다른 나라가 지원하는 것은 상관하지 않는다”고 보도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주목받는 일본의 대북지원 행보=일본 정부는 6자회담 참가가 결정된 뒤 대북 경제지원 의향을 밝히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 경수로 사업이 중단되더라도 미국을 대신해 중유를 북한에 제공하겠다는 제안은 종전의 일본 노선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일본은 올 6월 한국과 미국이 대북 경수로 사업 계속 여부를 놓고 맞섰을 때 ‘일시동결론’을 내세워 사실상 미국 편을 들었고, ‘대화’와 ‘압력’을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으면서도 압력 쪽에 기운 듯한 행보를 보여 왔다.
일본이 대북 지원에 적극적 입장으로 바뀐 것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의 최대 현안인 납치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려면 북한을 밀어붙여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 일본은 회담 기간 중인 28일 북한과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별도 회담을 갖기로 돼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압력노선을 충실히 따르던 일본이 갑자기 대북 유화책으로 돌아선 것을 일본 정부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해 9월 북한을 전격 방문했을 때 사실상 미국을 따돌린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오해를 푸는 데 꽤 애를 먹은 바 있다.
▽한미일 3국 역할분담론 대두=이달 초 워싱턴에서 열린 6자회담 대비 한미일 고위급실무협의에서 3국이 모종의 역할 분담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즉 미국은 ‘핵 포기에 대가는 없다’는 원칙론을 지키되, 북한 핵문제의 현상동결이 시급한 만큼 한국과 일본은 에너지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이고도 단기적인 제안을 하는 쪽으로 양해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실무협의 직후 “북한도 (한미일 3국의 제안에) 실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일부 언론은 한국의 윤영관(尹永寬) 외교부 장관이 북핵 현상동결과 제네바합의 부활을 거론하자 이를 ‘중유 공급 재개’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했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中 회담진행 세심한 배려 ▼
베이징 6자회담은 회담 형태의 전례가 드물어 주최국인 중국은 회담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각국 대표의 좌석배치에서 발언순서에 이르기까지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중국은 특히 토론이 상대방의 말꼬리를 잡는 식으로 흘러 감정싸움이 되지 않도록 발언 순서를 정하는 데도 고심하고 있다.
회담 첫날인 27일의 모두발언은 중국 대표에 이어 북한 일본 한국 등의 순으로 해 미국이 가장 나중에 발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28일엔 미국부터 시작해 북한 대표의 발언으로 끝을 맺는 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외교소식통은 “이렇게 되면 북한과 미국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다른 참가국들의 발언이 어느 한편만을 지지하는 쪽으로 쏠리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댜오위타이(釣魚臺)의 회담장 테이블을 육각형으로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 1999년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3각 테이블이 등장했던 것에 착안한 아이디어로, 중국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북한 일본 한국 러시아 미국이 앉게 된다.
격렬한 토론이 예상되는 북한과 미국이 정면으로 마주보지 않도록 한 중국측의 배려가 엿보인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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