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6자회담]“北-美 이견 못좁혀 긴장해소 실패”

미국의 CNN과 영국의 BBC 등 주요 외신들은 이번 6자회담에 대해 북한이 미국의 비타협적 태도가 회담을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비난한 것 등을 주요 소식으로 전하면서 다소 부정적으로 논평했다.

CNN은 미국과 북한이 ‘핵 폐기’와 ‘불가침조약 체결’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고 북한이 미국의 ‘비타협적 태도’를 경고했다며 2차회담 개최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CNN은 북한이 2개월 안에 2차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것과 백악관이 북-미 대표단의 양자회동 몇 시간 뒤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내용도 함께 보도했다. 또 백악관이 중국 러시아 일본과의 순조로운 협력 및 북한의 과거 발언 특성 등을 들며 북측의 핵 보유 선언과 실험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BBC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사의 ‘미국은 우리를 압박해 해체시키려 획책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전하며 6자회담이 ‘긴장 해소’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북한을 믿을 수는 없지만 그들과 협력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의 말을 소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북한 대표의 핵 실험 위협에 대해 미국은 한편으로는 우려하면서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정부 관계자들이 이날 북한의 발언에 대해 과거 북한이 제기했던 위협을 넘어서는 수준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이 같은 위협을 실행에 옮긴다면 현재의 핵 위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고조되고 결국 외교협상도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북한과 미국의 현격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은 북한의 핵무기 실험 위협을 평가절하했고 6자회담 참가국들의 협력수준을 높게 평가함으로써 북한의 고립을 강조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차회담 개최에 합의해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협상에 ‘작지만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中 아쉬움 - 日은 만족…참가국 반응

남북한을 제외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은 6자회담이라는 북핵 논의의 새로운 틀이 깨지지 않은 데 우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번 회담을 중재한 중국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자 허전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국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는 29일 회담이 끝나고 숙소에 돌아온 뒤에도 기자들의 질문에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미 행정부 고위관리는 “북한이 호전적이고 극단적이었지만 별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의장국인 중국의 왕이(王毅) 수석대표는 회담 폐막식에서 “일부 이견이 여전히 남아있긴 하지만 회담이 진전을 보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회담이 항상 원만히 이뤄지도록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이라며 다소 회의적인 어투를 쓰기도 했다.

일본의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 수석대표는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이 회담은 실제로 가치있고 매우 유익했다”며 “북한이 현 상황을 고조시키는 조치들을 취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회담 폐막 후 김영일 북한 수석대표를 10여분간 따로 만나 납치 문제를 계속 협의한다는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인 듯했다.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대표도 “무조건 유익했다”며 “아무도 극적인 해결책을 기대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라고 전망했다.

외신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