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결과에 대해 한-미-일-중-러 5개국은 북한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긍정평가하면서 2차 회담이 이른 시일 안에 개최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북한 대표단과 외무성 대변인은 6자회담 종료 다음날인 8월 30일 “이런 백해무익한 회담에 어떤 흥미나 기대도 가질 수 없으며 자위적 조치로서 핵 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는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北 안보우려 해소 불투명 ▼
이는 6자회담 주최국인 중국이 바로 전날 ‘요약문’에서 밝힌 내용을 뒤엎는, 위협적인 내용이다. 그 때문에 회담 후 북한이 보인 반응에 특별한 관심이 쏠리게 된다. 중국을 비롯한 참가국들은 모두가 당혹해하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다음 회담에 대비한 북한 특유의 협상 전략일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앞으로의 회담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6자회담이 당면한 문제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북한이 제기한 ‘안보 우려 해소’ 문제다. 북한은 미국과 불가침조약이 체결되고, 미국이 북한과 다른 나라 사이의 경제적 거래를 방해하지 않아야 미국의 대북한 적대시정책이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불가침조약 체결에 부정적이다.
미국은 또 일본 호주 등 10개국과 함께 5월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구상(PSI)’에 합의하고 핵무기 및 미사일 부품, 마약, 위조지폐 등의 국제적인 이전을 막기 위해 공해상에서의 선박 수색과 나포 작전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 첫번째 대규모 군사훈련을 9월 초 호주 근해에서 실시한다고 한다. 대상 국가를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북한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2차 6자회담 준비를 앞둔 북한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둘째, 단계별 동시병행 실시와 관련된 문제다. 미국은 3단계, 북한은 4단계 해법을 제시했으나 그 접근 방법에 큰 차이가 있다. 북한은 2단계에서 불가침조약체결과 전력 손실 보상을 받고, 마지막 4단계 경수로 완공시점에 가서야 핵시설을 해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핵 폐기가 검증된 뒤에야 북한 안보 우려의 해소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다음 회담으로의 진전 여부에 영향을 줄 핵심사항이다.
셋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행정부 내 강경파의 동향이다. 이들은 북핵 문제는 협상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 군사행동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6자회담 과정에서 북핵 폐기가 쉽지 않다고 결론이 날 경우 미국 내 대북 강경파에게 결정적인 명분을 제공할 것이다. 이 점에서 8월 30일 북한 반응이 몰고 올 파장은 심대할 수 있다. PSI 훈련 강화 등 일련의 조치와 함께 이른바 ‘북한정권 교체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도 8월 30일 북핵 위협에 대비해 2004년 예산에 12억달러의 미사일방어(MD) 체제 구매를 요청하는 등 강경기류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앞으로 얼마나 북한을 감쌀지 주목된다.
넷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지도층이 회담 분위기와 5개국의 태도를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의 문제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 참가한 각국 대표가 5 대 1의 구도에서 북한이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했음을 알아야 한다.
▼ 美-日 강경파 움직임도 변수 ▼
6자회담이 진행되는 바로 그 시간에 대구 유니버시아드에 온 북한 응원단이 도로에 걸려 있는 김 위원장 사진이 비를 맞는다 해서 이를 떼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우리는 지켜보았다.
남북한의 차이를 실감케 하는 하나의 예다. 비단 응원단에만 국한된 사례가 아닌 데에 문제가 있다. 북한은 물론 남한도 눈을 크게 뜨고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북핵 문제는 남북이 더불어 평화롭게 잘살기 위해 약속한 것을 서로가 지키면서, 또 앞을 내다보는 긴 안목과 큰 구도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박건우·경희대학교 객원교수·전 주미대사 및 4자 회담 수석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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