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24일 오후 열린 북-미 양자 협의는 이례적으로 2시간 넘게 ‘뜨겁게’ 진행됐다.
▽북한이 ‘200만kW’ 전력 지원 요청한 이유는=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한다고 회담 관계자들은 말한다. 북한은 남북장관급회담에서도 여러 차례 ‘전력 200만kW’를 요청한 적이 있다. 이번 2차 핵 위기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사업이 중단된 ‘경수로’가 최종 완성됐을 때의 생산용량도 ‘200만kW’이다.
따라서 북한은 북핵 동결의 대가로 스스로 ‘공화국(북한)의 최대 과제’라고 부르는 에너지난 해소를 분명히 요구한 셈이다. 또 사실상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에 의해 중단된 ‘경수로 사업’의 재개 필요성도 은근히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특히 이런 대북 에너지 지원에 미국이 반드시 동참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선 ‘그 자체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국내정치적 이유 등을 들어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대북 중유 지원을 이해할 순 있으나, 동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원칙 있는’ 유연성=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거부감을 갖고 있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란 용어 대신 ‘포괄적 비핵화(comprehensive denuclearization)’란 표현을 쓰며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핵 폐기의 구체적 방식에 대해선 “철저하고(thorough) 투명하고(transparent) 영구적인(permanent)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의 ‘CVID’ 원칙을 고수하면서 단어만 바꾼 것.
미국은 또 6자회담의 목표가 ‘북핵 동결이 아니라 폐기’란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북한이 사용하는 ‘핵 동결’이란 표현 대신, 핵 폐기를 위한 ‘초기 준비 단계(initial preparatory period)’라고 발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미국이 제시한 ‘초기 준비 단계(핵 동결 기간) 3개월’에 대해 “구체적 보상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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