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 간의 각축전 향방에 대한 분석이 무성하다.
그러나 사안 자체가 워낙 민감한 탓에 청와대 참모들은 공식적인 언급은 피한 채 사석에서만 다양한 추론을 내놓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종종 참모들과의 자연스러운 대화 자리에서 “누가 이길 것 같으냐”고 묻는 등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한 참모가 이 질문에 “지금은 여론조사에서 케리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부시 대통령이 막판에 뒤집을 수도 있다”고 애매모호하게 답하자 노 대통령이 “그런 얘기는 나도 할 수 있겠다”고 받아 넘겨 좌중에 웃음꽃이 핀 일도 있다.
지난달 초 노 대통령의 여름휴가 때에는 비서진이 ‘화씨 9/11’ 등 몇 편의 영화 비디오테이프를 준비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한 ‘화씨 9/11’의 경우 한 비서관이 “노 대통령이 이 영화를 보면 괜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해 아예 노 대통령에게 건네지지 않았다.
그만큼 미국 대선에 대한 청와대의 분위기는 유리병을 껴안고 있는 듯이 조심스럽다. 일부 참모들은 사석에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 초청받지 못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상대적으로 미국 민주당의 노선이 현 정부와 더 가깝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설령 민주당이 집권해도 미 행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따지는 만큼 정책노선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노 대통령과 가까운 한 고위인사는 “민주당의 경우 의사결정이 워낙 느려서 오히려 한반도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훨씬 떨어지는 문제점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나마 우리 정부가 미 대선과 관련해 입장을 드러낸 것은 7월 초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방문했을 때 “선거 후 양국 정상이 회담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 유일하다. 여기에는 외교관례상 상대국 정상이 선거에서 이기기를 바란다는 의례적인 메시지도 담겨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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