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측도 외교부의 구체적인 사실 확인 요청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문제는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인 ‘정부의 사전 인지 여부’를 밝힐 수 있는 핵심 단서인 만큼 정부도 공신력을 걸고 통화자 색출 등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은 24일 “외교부내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철저히 조사 중”이라며 “엄중 처벌할 사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외교부가 사안의 심각성에 비춰 신속하고 강력하게 자체 조사를 벌였다는 정황은 발견하기 힘들다.
박성웅(朴聖雄) 외교부 감사관은 25일 “우리가 어제 처음 감사를 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자기 식구 감싼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착수하지 않았다”며 “중동국 영사국 공보관실 등 파트별로 자체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감사원이 감사를 시작했으니 통화자 문제를 포함해서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봉길(申鳳吉)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보관실과 관련 부서에서 자체 조사를 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감사원 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내가 말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조사 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함구로 일관했다. 감사원에 이와 관련한 자료 일체를 제출했으니 외교부에는 ‘더 이상 묻지 말라’는 식이었다.
올해 초에는 외교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의 갈등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NSC의 의뢰를 받은 국정원이 나서 취재기자와 외교부 간부의 통화 명세까지 집요하게 조회한 끝에 관련 공무원을 찾아냈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외교부 일부 간부가 사석 또는 회의장에서 대통령 폄훼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통령민정수석실이 주변 인물들을 일일이 불러 조사한 끝에 엄중 문책한 일도 있다.
이번 ‘AP-외교부 통화’ 논란은 이들 사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부 전체의 공신력과 직결되는 문제. 따라서 “AP측이 안 밝히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벼르고 있는 외교부측이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갖고 대처할지 주목된다.
휴대전화 등의 통화 내역은 관할 검사장의 허가를 받을 경우 발신 및 수신 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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