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씨를 위한 눈물, 정부를 향한 분노

  • 입력 2004년 6월 27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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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온 국민이 참담한 심정으로 김선일씨의 시신을 맞았다. 외국 땅에서 참혹한 죽음을 당해 말없이 돌아온 그를 보며 유족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국민도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평범한 청년에게 닥친 불행을 가슴 아파하며 함께 울었다. 국민적 애도 속에 그가 조국 땅에서 부디 영면하기를 기원한다.

눈물을 흘려서 될 일이라면 견딜 수도 있겠지만 김씨의 경우는 다르다. 무능한 정부와 곤경에 빠진 국민을 외면한 공무원들이 결과적으로 김씨의 죽음을 방조한,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어떻게 용납한단 말인가. 김씨를 살해한 이라크 테러집단은 인류의 이름으로 규탄한다지만 무책임한 정부에 대한 분노는 어떻게 추스른단 말인가.

정부는 김씨 영전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이라크 테러집단의 한국인 상대 범죄는 예고된 것이었다. 오무전기 직원 피살, 7명의 목사 일행 납치에도 불구하고 김씨의 비극을 막지 못한 정부는 ‘테러 대비를 했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더구나 테러단체는 파병을 빌미삼아 김씨를 살해했다. 국민의 분노는 추가 파병이 임박한 긴박한 상황에 걸맞은 대응을 하지 않은 정부를 질책하는 것이다.

정부가 뒷수습이라도 잘했으면 이토록 참담하지는 않을 것이다. 재외국민 보호책임을 지고 있는 외교통상부, 국가안보 업무를 총괄적으로 조정한다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테러대비 주무부서인 국가정보원, 이라크 파병 주무부서인 국방부는 김씨 피랍 사실이 알려진 뒤 무엇을 했는가.

외교부는 국가 망신까지 시켰다. 외교부는 AP통신이 구체적으로 통화 사실을 밝힌 뒤에도 36시간 동안 국민을 우롱하고 국가의 위신을 추락하게 만들었다. AP통신 기자와 통화한 외교부 직원은 공보관실과 아중동국 소속이다. ‘한국인 피랍’이라는 말이 나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야 할 부서의 외교관이다. 그런 사람들이 “김선일씨가 납치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무심코 흘려들었고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외교부는 변명한다. “외교부는 자폭하라”는 국민의 질책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외교부가 통화 사실을 털어놓았으나 정신을 차렸다고 믿기 어렵다. 통화자가 드러났는데도 정확한 통화 내용을 밝히지 못하고 있고, 통화자의 숫자도 오락가락한다. 김씨 피랍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잘못을 조금이라도 씻으려면 이제라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

김씨의 비극을 초래한 정부의 무능과 무대책은 한두 사람의 실수 탓이 아니다. 비록 외교부에 비난이 집중되고 있으나 어느 한 부서의 잘못을 따져서 해소될 문제도 아니다. 작동하지 않는 정부 시스템과 무너진 공무원의 대(對)국민 봉사 자세가 비극의 뿌리다.

이 정부는 그동안 개혁을 외치며 로드맵과 시스템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실제는 제 할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감사원이 조사에 착수했고 국회도 국정조사를 하기로 했다. 철저히 조사하고 구체적으로 나타난 잘못부터 고쳐야 한다. 장밋빛 주장은 그 다음이다. 테러에 굴복하지 않으려면 정부부터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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