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말은 아니다. 129개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900여명의 외교 인력으로 600만 교포와 연간 700만명에 이르는 해외 여행객들의 안전을 완벽히 책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사건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외교부의 무능과 무책임은 심각한 것이었다. 장관이라면 반성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부(部) 혁신방안부터 말했어야 했다.
중요한 것은 역시 외교관들의 대(對)국민 서비스의식과 책임감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외교부는 대민부서가 아니다. 민원업무가 거의 없다 보니 부정부패에 연루되는 일은 드물지만 공복(公僕)의식도 약하다. 국민을 주인으로 알고 섬기는 자세가 부족하다. 교민들과 몸으로 부딪치는 영사업무는 대체로 뒷전이다.
업무라면 정무·통상이어야 하고, 해외근무지는 워싱턴 대사관이라야 미래가 있다. 청와대 파견근무자, 장차관 비서, 총무과 출신들이 보직과 승진에서 유리하다는 뜻의 은어인 ‘청비총’은 지금도 유효한 듯하다. 특정대학 특정학과 출신이 아니면 워싱턴은 물론 북미국 근무는 생각도 할 수 없다고 한다. 대다수 외교관들이 일찍이 꿈을 접는 큰 이유다.
이런 풍토에서 누가 재외국민 한 사람의 안전을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지려고 하겠는가. 외무고시 개선, 지역전문가 양성도 필요하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의식과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외교환경이 이미 변했는데 언제까지 낡은 틀에 안주하려는가. 30년 직업 외교관인 반 장관이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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