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위는 국방부 실지조사를 통해 입수한 문서를 공개하고 “윤성민(尹誠敏) 당시 국방부장관 명의로 82년 7월 육군참모총장에게 내린 ‘상부지시(특)사항’을 통해 문제 사병은 전방에 근무토록 유도하고 전방부대에 있는 문제 사병은 후방 근무를 시키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이에 따라 육군은 당시 황영시(黃永時) 육참총장 명의로 ‘신원조회 관계자는 지구보안부대와 협조해 소속 부대에서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며 “보고 문건을 올린 시기는 녹화사업체계를 준비하던 때와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의문사위는 “또 같은 시기 후암동 대공분실에서 보안사 군무원들이 근무하면서 강제 징집자를 대상으로 신원조사를 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당시 국방부가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녹화사업에 나섰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의문사위는 그러나 전두환,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지 않아 녹화 사업 시행 배경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이와 함께 녹화사업과 관련된 사망사건에 대해 “이들의 죽음 모두에 당시 보안사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으나 군 수사기관은 의도적으로 녹화사업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개인 문제로 인한 자살로 몰아갔다”고 지적했다.
83년 숨진 한영현 이병(당시 21세)의 경우 신병훈련도중 보안부대에서 심사를 받았고 두 달 뒤에도 서울 보안사에 불려가 프락치 활동을 강요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이병은 자신의 진술로 인해 운동권 조직이 와해되고 동료들이 자신을 피하자 고통스러워하다 자살했으나 군 수사기관은 불우한 가정형편을 비관한 자살로 결론지었다고 의문사위는 밝혔다. 한편 의문사위는 녹화사업 조사와 관련해 동행명령에 불응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각각 1000만원과 7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으며 현지조사를 거부한 기무사와 국가정보원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