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예비역장성 '남파간첩 민주화인사' 관련 면담

  • 입력 2004년 7월 6일 16시 34분


사진상규명위원회가 남파간첩 및 빨치산 출신 비전향 장기수에 대해 민주화 관련성을 인정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수송동 의문사위 회의실에서 퇴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 회원들이 한상범 의문사위 위원장의 해명을 듣고 있다.[연합]
사진상규명위원회가 남파간첩 및 빨치산 출신 비전향 장기수에 대해 민주화 관련성을 인정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수송동 의문사위 회의실에서 퇴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 회원들이 한상범 의문사위 위원장의 해명을 듣고 있다.[연합]
"대한민국에 총부리를 겨눴던 사람도 민주화 인사인가?"(오자복 전 국방부장관)

"공권력의 인권 침해에 맞선 것은 민주화 기여로 볼 수 있다."(한상범 의문사위 위원장)

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1층 회의실.

이날 의문사위에는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손님들의 방문이 있었다.

바로 예비역 장성모임인 '성우회', 재향군인회 등이 최근 남파간첩 출신 비전향장기수 의문사 인정, 장기수 출신 전향자 북송 검토 등 일련의 사안을 놓고 의문사위에 공개 면담을 신청해 마련된 자리였다.

의문사위측에서는 한 위원장을 포함해 김희수 제1상임위원, 이기우 위원 등 핵심인사들이 배석했다.

만남은 일단 화목한 분위기에서 출발했다. 오 회장과 한 위원장이 개성중학교 동문 사이여서 "서로 생판 남은 아니다"며 연신 웃음꽃을 피웠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논박이 오고가자 이미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도 서로의 견해 차이는 훨씬 깊어 보였다.

남판 간첩 출신이 어떻게 민주화 인사로 보느냐 하는 부분이 초점이 됐다. 의문사위 측은 "대한민국은 인권을 보호하는 법치민주국가"라면서 "이들의 인권 침해에 대한 저항은 민주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이상복 재향군인회장은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피를 바쳐 이 조국을 지켜낸 이들과 그들을 같은 반열로 올린다는 것은 국민감정 상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른데다 이날 모임에서는 "인권 차원에서 결정한 일"(의문사위)과 "기존 헌법 수호를 부정한 것"(예비역 모임)이라는 기본 인식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김 제1상임위원은 "서로 간에 의견이 다른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 "이런 다른 의견들이 함께 공존하며 서로 입장을 존중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오 회장은 "약간의 고성이 오고가긴 했지만 만남 자체엔 대체로 만족한다"면서 "그러나 정부와 의문사위가 6·25 전쟁에 희생된 수많은 원혼들과 가족들의 심정을 먼저 보듬어주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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