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국회와 언론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해외로부터의 이론(異論)’에 너무 약한 게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김중위의 자살가능성이 높다는 국내 전문가 의견은 아무리 신중하고 설득력이 있어도 총기사고 부검경험이 거의 없거나 국방부 입김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때문에 무시됐다.
반대로 루이스 S 노박사의 타살주장은 그가 미국에서 활동 중이고 총기사고 부검을 많이 해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다. 이런 편견은 다른 재미 법의학자가 노박사를 반박하기 전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고려대 황적준(黃迪駿)교수와 함께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의 축소 은폐 조작을 밝히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천주교 인권위원회도 황교수가 자살에 가깝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외면해 버렸다.
황교수 등 국내 법의학자들이 내놓은 과학적 소견을 국방부가 선임한 자문위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정하지 않는 게 과연 온당한 자세일까.
둘째, 국방부의 주견을 잃은 듯한 태도. 토론회장에 있던 수사관계자들은 경찰출신 전문가가 “자살에 가깝다”고 결론내린 뒤 “앞으로 모든 의문사를 이처럼 방대한 인력을 동원해 조사하겠느냐”고 말하자 박수를 쳤다. 이는 김중위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여론무마용으로 ‘80년대이후 의문사 전면조사’방침을 발표했음을 국방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방부는 장군의 아들이 아닌 ‘낮은 데’의 아들들이 군복무중 숨지고 김중위 사건처럼 ‘다뤄주지’ 않을 때 유족이 느낄 실망과 좌절감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송상근(사회부)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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