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 김훈(金勳)중위 사망사건 진상조사소위원장인 하경근(河璟根·한나라당)의원은 “사건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철모가 발견됐다”며 “이는 김훈중위가 타살됐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밝혔다.
하의원은 “범인이 철모로 김중위의 머리를 가격해 김중위 시신의 두부(頭部) 혈종(피멍)이 생겼다”면서 “사고 직후 미군 경비대대 포터하사가 찍은 사진에는 이 철모가 보이나 미군 수사대가 찍은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은 것은 범인이 철모를 치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허대범(許大梵·한나라당)의원 등은 “왜 그런 일이 있었으며 진작 공개하지 않았느냐”며 증거은폐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양인목(楊寅穆)특조단장은 “문제의 철모는 사고 직후 도착한 미군 경비대대 군의관 아리스대위의 것으로 확인됐다.
미리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사망사건 본질과 관련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김중위 시신은 두피에 손상이 없는 대신 두피 6㎜ 밑부터 혈종이 보인다. 이는 철모에 의한 타격 때문이 아니라 머릿속으로 총알이 지나가는 압력 때문에 생긴 혈종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의원이 다시 “사진에 나타난 철모의 이름표를 판독해보니 한국인 이름 석자가 희미하게 드러난다”고 응수하자 천용택(千容宅)국방부장관은 “판문점공동경비구역(JSA) 지역 내의 모든 군수품 보급은 미군이 관장하므로 한국군이 쓰다가 반납한 철모일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이날 국방부는 김중위가 △JSA 소대장으로 선발되는데 아버지 김척(金拓)장군의 입김이 작용했고 △전방 소대장 근무기간 1년도 채우지 못했으며 △동기생에 비해 영어실력과 지휘력이 부족했다고 국방위에 보고, 한나라당 박세환(朴世煥) 서청원(徐淸源)의원 등으로부터 “망자(亡者)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라”는 핀잔을 들었다.
한편 양단장은 답변내내 한문으로 크게 쓴 ‘참을 인(忍)’자를 발언대 위에 올려놔 눈길을 끌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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