執猶석방 김중사부모 『살해범 누명 너무 억울』

“살인자 간첩이라는 누명을 쓴 것만으로도 억울한데….”

김훈(金勳)중위 사망사건과 관련돼 곤욕을 치렀던 김영훈(金榮勳)중사의 부모는 김중사가 14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의 집행유예 판결로 석방됐지만 유죄선고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북한군과 접촉한 것 자체는 잘못이지만 단지 호기심에서 비롯된 일이고 그같은 사실이 김중위 사망사건 때문에 불거졌으므로 ‘살해범’으로 몰려 고생한 점을 감안하면 형량이 지나치다는 것.

김중사는 지난해 2월24일 김훈중위가 판문점 부근의 241GP내 지하벙커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된 뒤 김중위 유족이 타살의혹을 제기하면서 곤욕을 치렀다.

국방부 특별합동조사단이 1월19일 김중사를 기소하면서 국가보안법과 군형법 위반혐의만 적용하고 4월14일엔 ‘김중위가 자살했다’는 내용을 최종 발표하면서 김중사는 살해범 누명을 벗었다.

김중사 가족은 이같은 과정을 들어 김중사가 살해범으로 몰리지 않았다면 북한군 접촉사실은 판문점 근무 장병들 사이에 관행적으로 있어온 일로 ‘사건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은 호기심 때문에 북한군과 접촉한 데 대해 국가보안법이 적용되고 결국 유죄가 인정되자 “세상 사람들이 국가보안법 위반〓이적행위〓간첩죄로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걱정했다.

가족들은 변호사와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전역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복무하겠다던 김중사의 계획도 어렵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중사는 중매로 만난 여성과 올 가을에 결혼할 예정이었지만 김훈중위사건이 복잡하게 꼬이며 상대 집안의 반대로 헤어졌고 아버지와 형도 모두 직장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중사 어머니는 “우리가 사회적 지위가 있었다면 이렇게 억울하게 당했겠느냐”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