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委 “장준하선생 추락사 아닌듯”

  • 입력 2004년 6월 14일 18시 32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는 14일 박정희(朴正熙) 정권 때 민주화운동을 하다 의문사한 장준하(張俊河·사진) 선생이 당초 알려진 대로 추락에 의해 숨진 것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문사위는 이날 홍익대 최형연 교수(기계시스템공학과)팀에 의뢰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한 장 선생의 추락 과정 및 상해 발생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최 교수팀은 장 선생이 추락했다고 알려진 지형과 인체모델을 실제에 가깝게 만든 후 12가지 자세로 추락실험을 한 결과 머리 부분에는 최소 3회 이상의 충격이 가해졌으며 거의 모든 경우 가슴 부분에도 찰과상 및 좌상, 골절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사망 당시 유족이 촬영했던 장 선생 시체 사진을 보면 전반적으로 시체가 깨끗하고 육안으로 확인될 만한 골절이 보이지 않아 시뮬레이션 결과와 크게 차이가 났다.

1975년 장 선생 시체를 검안한 의사 조철구씨(전 국회의원)는 93년 작성한 ‘사체 검안소견’에서 오른쪽 귀 뒷부분의 함몰(직경 약 2cm)을 제외한 머리 가슴의 외상, 늑골 팔다리의 골절 등이 없었다고 확인했다.

또 조씨는 머리 이외의 부분에 구르거나 넘어진 흔적이 없으며 머리 부분의 함몰도 추락으로 손상되기 어려운 부위라는 점에 비춰 추락사에 의문을 제기했었다.

의문사위는 “높이 14.7m, 약 65도 경사의 절벽에서 추락하는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외부로 드러나는 골절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는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따라서 장 선생이 추락으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장 선생은 1975년 8월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추진하던 중 긴급조치위반으로 구속됐다가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야당 통합 및 ‘제2의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추진하다 경기 포천시 약사계곡에서 사망해 그동안 타살 의혹이 제기돼 왔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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