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김훈중위 의문사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국방부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재수사에 착수했다는 발표가 보도되자 이들 단체 간부들은 의외라는 반응. 천주교 인권위원회 오창익(吳昌翼·33·777―0643)사무국장은 “이건 한마디로 기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9일 김중위 사건이 보도된후 월 2,3건에 불과하던 유족들의 상담전화가 하루 2,3건으로 급증했다고 전하며 이 사건을 계기로 군내 의문사가 속시원히 해결되기를 기대했다.
현재 천주교 인권위원회에 접수된 군내 의문사 사건은 김중위 사건을 포함해 20여건. 올 한해도 6건이 접수됐다. 그중 하나는 83년 4월 부대 유류고 뒤에서 3발의 총을 맞고 숨진 허원근일병(23) 사건. 허일병은 이듬해 자살로 처리됐다. 당시 부검의는 좌우 흉부와 이마에 난 세발의 M16소총 총상에 대해 “왼쪽 가슴에 쏘았는데 목숨이 끊어지지 않자 오른쪽 가슴에 다시 쏘았고 그래도 안되자 머리에 쏘았다”며 자살이라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사고 다음날 허일병은 첫 휴가를 나올 예정이었으며 자살할 만한 뚜렷한 동기가 없다며 자살 결론에 의문을 제기했다. 허일병의 아버지 허영춘씨는 “가슴총상으로 어깨뼈가 부숴진 상태에서 어떻게 다시 머리에 총을 쏠 수 있었는가라는 기본적인 의문조차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90년 5월 방위병으로 근무중 군부대의 비인간적 비민주적 행태를 고발하는 문건 때문에 부대내에서 조사를 받다가 숨진 박성은이병(22) 사건도 의혹이 풀리지 않는 대표적 사건.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도 21건(86년이후)의 군내 의문사 사건이 접수돼 있다. 이밖에 국방부 민원실에도 사인을 재조사 해달라는 이의신청이 한해 20건 이상씩 접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속시원하게 해결된 사건은 단 한건도 없다는게 의문사 진상조사 단체 간부들의 말. 군당국은 수사결과에 제기되는 의문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해 오히려 사건을 은폐한다는 의혹만 사고 있다. 사건 발생 2시간만에 자살로 결론낸 김중위사건도 그런 경우. 또 군부대측의 출입 제한으로 의문사는 유족이나 단체에 의한 진상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으로 군당국의 일방적인 수사결과만 통보받을 수밖에 없어 유족들의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유가협의 손종필(孫鍾泌·30)사무국장은 “문책을 피하려는 지휘관과 투명하지 못한 수사로 군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군내부에 만연된 생명경시 풍조 등 비민주적 요소를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갑·성동기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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