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가 ‘의문사건’으로=열린우리당 법안심사위원회에 제출된 개정안에 따르면 의문사위가 조사하는 사건은 ‘의문의 죽음’이 아니라 ‘의문의 사건’이 된다. 의문사위의 명칭 자체가 ‘의문사건 위원회’로 바뀌고, 언론이나 유가족이 의혹을 제기한 모든 사건이 의문사위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KAL 858기 폭파사건을 포함해 각종 간첩조작 의혹 사건, 비상계엄령과 위수령 관련 피해자 등 ‘공권력에 의한 피해 사건’ 전반으로 조사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그동안 “국가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로 인해 발생했다고 의심되는 사건들에 대한 조사는 필요하다”며 의문사위의 조사대상과 권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해왔기 때문에 개정안이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기관에 준하는 권한=개정안에 따르면 의문사위는 경찰, 검찰과 마찬가지로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승인을 받아 개인의 통화 및 금융거래 내용까지 조사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처벌규정이 없어 조사를 거부해도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거나 출석요구에 불응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방문조사에 응하지 않았던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의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의문사위는 필요할 경우 참고인과 증인으로부터 진술을 듣기 위한 청문회도 개최할 수 있다.
▽예상되는 논란=최근 의문사위의 남파간첩 및 미전향장기수에 대한 민주화유공자 인정 파문과 허원근 일병 자살사건 조사를 둘러싼 국방부와의 마찰 등으로 의문사위의 존립 자체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어 개정안은 당 안팎에서 거센 반발에 부닥칠 전망이다.
특히 청와대는 그동안 의문사위의 조사대상을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이미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사안까지 재조사가 이뤄져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 벌어질 수 있고, 국가기관 사이의 마찰까지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여권의 공세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의문사건 발생 기준을 5·16 군사쿠데타 발생연도인 61년으로 삼았는지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도 3기 의문사위 출범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의문사위의 권한과 위상에 대한 제어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의문사위 권한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에 대해서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열린우리당 법안심사위원회는 내주 중 최종 개정안을 확정한 뒤 의원총회를 거쳐 8월 임시회 또는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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