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간첩까지 민주화 둔갑 용인하나”

  • 입력 2004년 7월 30일 18시 44분


“(야당이)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의문사위를 공격하는 측면도 있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30일 발언이 여야간 정체성 공방에 다시 불씨를 댕겼다.

한나라당은 “의문사위에 대한 비판은커녕 모든 책임을 야당에 돌리고 있다”며 즉각 여권에 맹공을 퍼부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통령이 간첩 출신을 민주화 인사로 둔갑시키는 등 의문사위의 명백한 국기문란행위까지 용인하느냐”며 “대통령 직속기구가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드는 일탈행위를 한 데 대해 대통령은 책임자로서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김 대표는 이어 “한상범(韓相範) 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을 비롯해 간첩 출신 조사관 등 관련자를 국회 행정자치위, 법사위에 불러 조사하되 상황에 따라서 더 강력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국회 차원의 청문회나 국정조사 추진 방침까지 시사했다.

또 출범을 앞둔 제3기 의문사위 구성 여부에 대해서는 “민주화운동과 관련 없는 부분까지도 의문사위에서 조사하겠다고 한다면 한나라당은 3기 의문사위 출범에 대해 재고를 할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임태희(任太熙) 대변인도 논평에서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국민은 대통령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분명히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이 사실 관계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한나라당의 공세를 일축했다.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대통령은 근거 없는 공세에 무턱대고 사과하는 성품이 아니며 이날 발언도 사실 관계를 분명히 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의문사위에 대한 여러 문제도 사실을 따지고 보면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르다”고 반박했다.

임종석(任鍾晳) 대변인도 “비전향 장기수의 민주화 기여 인정은 법적 해석의 혼란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지만 이를 빌미로 해묵은 색깔 공세를 펴 국정 운영을 흔드는 것은 불순하다”고 비판했다.

일부는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다시 겨냥했다. 김한길 의원은 “박 대표가 말하는 정체성이 이념적 좌우를 말하는 것인지, 민주와 반민주를 말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우상호(禹相虎) 의원은 “야당이 제기하는 정체성 논란 자체가 과거형 논쟁이며 그런 문제 제기 자체가 낡은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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